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 가산금리 올리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금융당국 인위적 금리 개입에 은행, '이자 장사' 비판 눈총코리아 디스카운트‧밸류업 진정성 흔들… 대출 소비자 피해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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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시장에서 하향 쏠림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약 2년 만에 연 3%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시장 수요자들도 벌써부터 은행 대출문을 두드리며 ‘고금리 시대 종식’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시장금리 인하로 금융권에 나타나기 시작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몰린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역행한 인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고객 밀어내기’ 중이다.

    연초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갈아타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반년 사이 금리 기조를 바꾼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관치(官治) 금리’ 정책에 은행들의 수익성은 나아지고 있지만, 이자 장사라는 눈칫밥을 먹는 신세를 피할 길 없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하 가시화에 시장 금리가 선제적으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억제 효과로 이어지기보다 대출 소비자들의 피해로 전가되고 정부가 목놓아 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금융 상반기 이자이익만 25조, 시장금리 하락에 채권평가익 개선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은 일제히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5대(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4조53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5조1144억원으로 4.4% 늘었다. 

    2분기 이자 이익은 KB금융이 3조20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8218억원, 우리금융이 2조1970억원, 하나금융이 2조1610억원, 농협금융이 2조1375억원 순이었다. 

    가계 빚 급증을 우려한 정부가 시중은행에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질 경우 5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쌍끌이 성과'를 낸 덕이다. 

    여기에 시중금리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자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중 채권운용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해 위험을 분산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기존 채권값은 오른다. 

    올해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은행 보유 채권의 평가이익은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금리 인상 압박에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 은행 수익이 크게 늘고 있다”며 “그러나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대출금리 인상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는 대출소비자 몫… 銀 앞다퉈 밸류업 공시, 진정성 의심

    은행 실적이 롤러코스터 같은 관치 금리에 좌우되면서 대출 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으로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해서다. 금리경쟁력이 떨어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사실상 주담대 ‘개점휴업’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에 눈치 보는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며 이자 장사 비판을 받는 사이 대출 소비자는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이유로 은행들의 신잔액코픽스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 사태와 닮아있다. 

    여기에 은행의 인위적 금리 인상이 정부가 목놓아 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 추진의 진정성을 흔들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정책 리스크가 은행의 이익 예측성을 무너뜨려 밸류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부 입김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는 우려와 불신이 나오고 있다”면서 “호실적을 낸 은행들은 앞다퉈 밸류업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적 개입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속성과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