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위원장 구속으로 그룹의 구심점 약해져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등 주력 계열사 매각 올스톱노조 피켓 시위 등 반발도 잇따라 내우외환 쇄신 TF 해체, 인사총괄 중심 반전 모색
  • ▲ 카카오 판교 아지트 ⓒ카카오
    ▲ 카카오 판교 아지트 ⓒ카카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총수 부재로 계열사 매각 등 재정비 작업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5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위원장 구속으로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정 대표는 매월 진행하는 그룹협의회를 주 1회로 진행하고, 한시적으로 경영쇄신위원장을 대행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김 위원장의 부재 후폭풍이 쉽사리 가시질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 그룹 내 지배구조는 물론, 쇄신 작업이 물거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 계열사 개편 작업이 홍역을 겪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취임 직후 문어발식 경영 탈피를 위한 계열사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시너지가 약한 계열사를 재정비해 쇄신의 의지를 다졌다. 

    그 일환으로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려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신설한 것도 빠른 실행과 R&D 역량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조직 재정비 연장선으로 주력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다. AI와 커머스 등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계열사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

    실제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수는 124개다. 지난 2021년 6월(158개)과 비교하면 30개 넘게 정리됐다. 카카오는 문어발식 사업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뒤로 꾸준히 계열사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구속으로 해당 작업들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는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오너 부재와 노조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당초 카카오가 계획한 조직개편 퍼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카카오 측은 계열사 매각설 등에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성원들의 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쇄신의 한 축으로 계열사 슬림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매각 등 중대한 사안의 경우 정 대표 혼자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카카오는 정 대표가 이끌던 '쇄신TF'를 해체하고 새로운 '인사&조직문화쇄신TF'를 신설했다. 신설된 TF 임원에는 이승현 HR성과리더(FO)가 선임됐다. 정 대표가 계열사들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