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발행에 임원 파견 나섰지만 합병 1년 넘게 지지부진주주사의 변심에 넷플릭스 등 손 잡으면서 이탈 중주주사 합의 난망… 합병까지 상당 시간 필요할 듯
  • 지난 2023년 말부터 추진됐던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주주들의 변칙 행보가 눈길을 끈다. 1년이 넘게 주판을 튕기는 동안 주주들의 ‘변심(變心)’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또 다른 주주들의 변심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분위기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업계에는 복잡한 주주간 이해관계로 양사의 합병이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OTT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최근 합병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웨이브의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의 2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완료했고 이중 1000억원을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이, 1500억원을 콘텐츠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각각 배정받았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CJ ENM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최근 CJ ENM이 이양기 전 티빙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웨이브의 CFO로 파견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된 것은 양사가 합병을 위한 MOU를 체결한지 약 1년 3개월만이다. 

    다만 이런 과정을 합병의 청신호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주주간 이견이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웨이브가 CB를 발행한 것도 주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양사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가 절대 다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J ENM과 SK스퀘어는 콘텐츠웨이브의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등의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CJ ENM과 SK스퀘어가 절대 다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합병을 강행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콘텐츠웨이브에는 40.5%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 외에도 KBS, SBS, MBC가 각각 1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K-콘텐츠를 경쟁력으로 하는 토종 OTT의 특성상 이들의 의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합병이 늘어지는 사이 주주들의 외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SBS가 대표적이다. SBS는 지난달 글로벌 최대 OTT인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요 콘텐츠를 동시 송출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상파가 지적재산권(IP)를 소유하고 방영권을 판매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동시송출은 처음이다.

    MBC는 OTT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무빙’을 지난달부터 방송 중이다. OTT 자체 플랫폼에 선보였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중파에서 방영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티빙 주주의 변심도 이어지고 있다. 티빙의 지분 10.7%를 보유한 네이버는 유료멤버십 넷플릭스플러스의 콘텐츠 혜택으로 넷플릭스 OTT 광고형 요금제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는 아예 이번 합병에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양사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주주들의 변심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합병에 대한 불안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지연될수록 주주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속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합병하게 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복잡한 주주간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합의를 통한 합병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