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주민 반대로 동서울변환소 증설 무산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전력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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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등을 이용해 동해안 일대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기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경기 하남시에 의해 무산될 위기다.

    2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하남시는 200km이싱의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HVDC) 송전선로가 끝나는 길목에 있는 한국전력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지역 주민 반대로 불허했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26년 6월까지 동서 방향의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2036년까지 남북 방향의 서해안 송전선로를 첨단 HVDC 방식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동해안 지역의 만성적인 송전 제약 해소를 위해 먼저 추진됐다.

    한전은 약 7000여억원을 들여 기존의 변전 시설을 옥내화해 여유 부지를 조성하려고 했다. 이후 여유 부지에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온 추가 전기를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한 HVDC 변환소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교류 전기는 발전소 인근 변환소에서 500킬로볼트(kV)의 초고압 직류로 바뀌어 200㎞ 이상 길이의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이후 수도권 인근 최종 변환소에서 다시 초고압 직류 전기를 배전망에 흘려보낼 수 있는 교류 전기로 바꿔줘야 한다.

    동해안 울진에서 시작된 선로는 경기 양평까지 200㎞ 넘게 이어져 두 갈래로 나뉘어 신가평변환소와 동서울변환소를 각각 걸쳐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용량은 총 8GW(기가와트)로 이미 착공돼 건설 중인 신가평변환소로 4GW가, 동서울변환소로 4GW의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남시의 불허로 동서울변환소 증설 불가능해지면서 수도권으로 당초 계획의 절반인 4GW의 전기만 이동할 수 있다. 즉 설비용량 1.4GW인 최신 원전 3기가 만드는 전기를 보낼 수 없는 것과 같다.

    8GW 규모의 동서 방향 '전기 고속도로'가 건설되지 못하면 2030년 이후 울진에 건설될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의 전력망 연계도 어려워진다.

    한전은 "기존 시설을 옥내화해 환경이 개선되고 증설할 설비는 전자파 문제가 없는 HVDC 설비"라며 하남시의 결정에 법적 대응할 예정이다.

    그러나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이겨도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완공은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전동화 전환 등으로 전력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 고속도로' 건설 차질이 수도권에 전력 대란을 가져올 수 있고 향후 국책 송전망 사업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전기차, 폭염 등에 따른 전력 수요도 늘고 있어 전기 고속도로 건설이 시급하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전기본 실무안을 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까지 증가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0GW로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수준이다.

    정부는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반도체 산단 내 3GW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먼저 넣고 나머지 7GW의 전력은 송전망을 통해 동해안과 호남권에서 끌어오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허됐다"며 "변환소가 건설돼야만 완공할 수 있어서 송전선로 운영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