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배럴당 71.06달러…33개월만 최저치내년 유가 60달러대 전망…산유국 재정 빨간불사우디 올해 210억 적자…"당분간 네옴수주 無"
  • ▲ 시리아 유전시설 전경. ⓒ연합뉴스
    ▲ 시리아 유전시설 전경.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급격한 유가하락은 중동국가들의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사업발주 지연, 프로젝트 중단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까닭이다. 현재 중동수주 비중이 전체 60%에 달하고 있는 만큼 저유가 지속시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 불안이 경기침체 우려로 번지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원유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유가 하방압력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를 보면 브렌트유는 지난 6일 기준 배럴당 71.06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12월3일 69.88달러 이후 약 33개월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 9일 배럴당 71.84달러로 소폭 반등하긴했지만 내년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두바이유도 지난 9일 기준 배럴당 72.27달러로 지난해 12월13일 이후 9개월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공격을 감행한 지난 4월 중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협상 지연으로 전쟁 불안감이 여전히 크지만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보다는 경기침체·수요둔화 등 거시경제 요인이 유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미국 씨티그룹은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평균 6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해외수주 중동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상 지속적인 저유가는 중동국가들의 재정난과 발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진행중인 프로젝트 경우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미수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경우 '네옴' 프로젝트 규모가 축소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옴 핵심 주거시설인 '더 라인'은 2030년까지 전체 170㎞ 구간중 2.4㎞만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민입주 규모도 100만명에서 3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 ▲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네옴 홈페이지 갈무리
    ▲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네옴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사우디정부의 공격적 투자와 저유가 등이 겹치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까닭이다.

    실제로 사우디정부는 2022년말부터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는 21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 건설사들의 네옴관련 수주도 소식이 끊긴지 오래다.

    2022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10억달러 규모 더 라인 터널공사 시공권을 따낸 이후 대형프로젝트 수주는 전무한 실정이다.

    건설업계에선 저유가로 인한 중동수주 가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정부의 재정균형유가를 96.52달러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유가를 20달러 웃도는 액수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중동산유국 재정은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야 적자를 면하고 90달러이상이면 여유가 생기는 구조"라며 "현시점에선 중동국가들이 신규사업을 공격적으로 발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현재 네옴관련 수주는 나올게 하나도 없다"며 "사업이 전반적으로 축소 및 딜레이되는 분위기라 당분간 대형수주 소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외신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최근 IMF가 사우디정부의 석유수입이 2029년까지 4.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현지관료들의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하락 여파로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목표 달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8월 전체 해외수주액은 179억달러로 전년동기 219억달러대비 18.1% 줄었다.

    반면 전체 수주액중 중동 비중은 지난해 33.7%에서 올해 60.6%로 1.8배 뛰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중동 수주만으로 400억달러 목표액을 채우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도 빨라야 내년 본계약인 만큼 올해 목표달성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