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육박…자재값 인상·수익성 저하 악순환서울 악성미분양 11년만 최대…"작년보다 불확실성↑"미국·중동수주 감소 우려…"건설경기 상반기까지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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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건설업계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정국불안에 따른 고환율로 자재값·공사비 추가상승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실적악화 원흉으로 꼽히는 미분양리스크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중동 등 해외수주 전망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72.3원으로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13일 1483.5원이후 15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연말종가 기준으로는 1997년 1630.0원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새해에도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에 트럼프 2기 출범 등 악재가 겹치며 당장 이달부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지속적인 고환율은 실적반등을 노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오르면 석유와 유연탄, 철광석 등 필수원자재 수입가격이 뛰어 자재값과 공사비까지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다.통상 건설사들은 연단위 계약과 환헤지(환율을 수주계약 시점으로 미리 고정하는 조치)를 통해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에 대비하지만 고환율 지속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전망이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상황만 놓고 보면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될 것 같진 않아 보인다"며 "이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시멘트는 물론 안정조짐을 보였던 철근값도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실제 한국시멘트협회는 환율급등 여파로 국내 시멘트제조사 유연탄 수입비용이 최대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재값 상승은 주택사업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문제는 건설업계 저수익구조가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 1~3분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2.7%로 전년동기대비 0.4%포인트(p) 높아졌다. 통상 업계에선 원가율이 80%대를 유지해야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미분양도 건설업계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준공후 미분양주택은 1만8644가구로 전월대비 1.8% 늘었다.특히 서울 준공후 미분양주택은 603가구로 전월대비 15.3% 급증하며 2013년 10월 664가구이후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은 1만4802가구로 한달새 2.3% 늘었다.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도 핵심입지가 아니면 분양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올해 경우 조기대선 가능성 등 변수가 많아 지난해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요즘 1군건설사 브랜드단지에서도 미달이 나오는데 중견사는 오죽하겠느냐"며 "미분양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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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전망도 안갯속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친 이스라엘을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트럼프 정부는 우선 미국내 반도체공장을 짓는 해외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칩스법)' 폐지 또는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반도체외 공장 건설사업 수주에서도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기업이 유리한 고지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 수주감소는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우려다.중동시장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스라엘의 예멘 후티반군 공습으로 중동정세는 다시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중동 강경책을 고수할 경우 혼란스러운 현지정세에 또한번 불을 지필 가능성이 있다.대형건설 D사 관계자는 "시리아나 예멘 경우 주요 수주국은 아니지만 인근 산유국 불안도가 높아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현재상황만 놓고 보면 올해 해외수주 전망이 지난해보다 밝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1분기에도 환율급등과 탄핵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건설경기는 상반기까지 부진하다가 하반기에 소폭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