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전문가 64% "한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흐름 역행하는 은행 대출금리… "금리높여 수요 차단"주담대 상품 기준금리 하락에도 최종금리는 올라신규 막겠다며 기존 대출자 이자부담까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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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고정금리(혼합형) 대출이 12월에 변동금리로 바뀌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대환을 해도 금리가 많이 오를까요?”(온라인 부동산 카페)

    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금리 상승기에나 할 법한 이자 고민에 빠져 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역행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어 기준금리가 내려간 이후에도 금리하락기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채권업계 종사자 9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4%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직전 설문과 비교하면 인하를 예상한 답변 비중이 54%포인트 늘었다.

    특히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져 이달이나 다음달 중 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거란 전망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이달 금리 인하에 나서면 지난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이어온 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끝내게 된다.

    길고 길었던 ‘고금리 시대’의 끝이 다가왔지만 금융소비자들은 금리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금리가 흐름을 거슬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8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3.604%로 전달보다 0.06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상품 기준금리는 평균 0.146%포인트 낮아졌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상품의 원가가 낮아졌지만, 은행의 마진 등이 포함된 가산금리를 올려 최종 소비자 가격(대출금리)를 끌어올린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명분으로 지난 7월 이후 20차례 이상 대출상품 금리를 올리다 거센 ‘이장장사’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가산금리에 손대기를 주저하는 듯 보였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뒤 다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가량 올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해 선제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바꿔 말해 앞으로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자 부담을 키워 신규수요를 억제하고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논리지만, 이로 인해 기존 대출자들은 금리하락기임에도 기존보다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5년전 5년 고정(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는 올해 변동주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혼합형 주담대 상품은 일정기간 금리가 고정됐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5년전 주담대 금리가 2%중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변동시기에 적어도 1%포인트 이상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려온 변동금리 대출 차주들도 이자절감 혜택을 누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명분으로 금리하락을 막아선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한은의 최종금리가 2.75%~3.0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후 내년 추가 금리인하가 한차례에 그칠 수 있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