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HL위코에 1340억원 증자·500억원 대여 반복정몽원 회장 두 딸 보유 로터스PE 출자 거쳐 지분 매입 의혹공정위, 재계 저승사자 불린 조사국 21년만 부활대기업 내부거래 감시 강화에 승계 우회로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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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평택 브레이크 사업본부 제동 2공장에서 열린 ‘MGH-100 Flawless Launching’ 기념식에서 정몽원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내부거래 감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HL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HL그룹은 비상장 자회사를 통한 출자, 자사주 재단 출연 등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와 맞물린 거래로 논란을 빚어 왔다. 주주대표소송과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오른 자금 흐름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비상장 자회사 HL위코에 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목적은 전략적 가치투자를 위한 자금 대여라고 적시했다. 2022년 7월 HL위코에 대여한 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기한을 다시 연장한 건이다.HL위코는 승용차·상용차·특수 목적용 서스펜션 제품과 애프터마켓용 쇼크업소버를 생산하는 HL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다. HL위코는 2025년 자산총계 1273억8600만원, 부채총계 675억4600만원, 자본총계 598억39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50억1200만원으로 HL홀딩스 대여자금의 절반 수준이다.HL홀딩스는 2021년 HL위코에 약 1340억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HL위코의 자본총계는 2020년 말 52억원에서 2021년 말 1368억원으로 급증했다. 유상증자 직후 본업 투자 대신 집행된 넥스트레벨제1호PEF 1000억원, 클로버PEF 330억원 출자가 적정성 논란을 키웠다. 해당 펀드에 정몽원 회장 두 딸이 지분을 보유한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로 참여한 만큼 HL위코의 자금 운용이 총수 일가 측 운용사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로터스PE는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의 두 딸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HL홀딩스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HL위코와 HL D&I 등을 통해 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로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원을 출자했다. HL홀딩스 2023년 연결 영업이익 922억원의 2.35배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HL홀딩스, HL위코, HL D&I와 로터스PE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은 지원 주체가 다른 사업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자금 등을 지원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다. 계열사 간 자금 대여가 부당지원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여금리의 정상성, 지원 객체의 신용상태, 독자 조달 가능성, 자금 사용처, 최종 이익 귀속 여부가 함께 판단돼야 한다.HL위코의 사업이 자금 투입을 정당화할 만큼 확장성이 큰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HL위코의 주요 제품군은 교체용 쇼크업소버와 상용·특수차용 서스펜션으로 골프카·농업용 차량·특장차 맞춤형 제품 공급에 머문다. HL만도의 주력 사업과 영역이 겹치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투자금을 흡수할 만큼 차별화된 성장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HL위코가 별도의 미래 사업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는지도 불분명하다.서스펜션은 통상 섀시·모듈 사업 안에서 조향·제동 부품과 함께 묶여 운영된다. HL만도와 달리 비상장 자회사라는 점에서 자금 투입의 배경과 사용처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금을 반복 지원받은 배경을 두고 투자 경유지 역할이 컸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이른바 ‘터널링’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HL홀딩스처럼 자금이 비상장 자회사와 사모펀드 운용사를 거치는 투자 구조에서는 손실 부담과 이익 귀속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HL홀딩스 자금이 HL위코와 HL D&I를 거쳐 로터스PE 관련 펀드로 들어갔다면 투자 손실은 HL홀딩스와 일반 주주가 부담할 수 있다. 반면 운용보수나 투자 수익은 로터스PE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측에 귀속될 여지가 있다.일각에선 해당 출자가 정 회장과 두 딸의 HL홀딩스 지분 매입 재원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2024년 1월 말 지분율을 1.14%까지 끌어올린 정지연·정지수 씨는 2년 4개월 만에 지분율을 2.22%까지 끌어올렸고 보유 주식수는 74.2% 증가했다. 현재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HL홀딩스 지분율은 28.04%다.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37.26%로, 보유 주식 수는 338만2734주다.자사주 재단 출연 시도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다. HL홀딩스는 보유 자사주의 약 84%에 해당하는 47만193주를 신설 재단에 무상 출연 하려다 주주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할 때 의결권이 없지만 재단으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살아날 수 있어 정 회장 측 우호 지분 확보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한편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의 조사국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사국이 부활하면 기획조사 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최후의 수단으로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만으로는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