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뒷걸음에 3분기 GDP 0.1% 성장에 그쳐 이창용 총재 ‘피벗 늦었다’ 지적에 “집값·가계대출 고려”
  • ▲ 이창용 한은 총재. ⓒ한국은행
    ▲ 이창용 한은 총재. ⓒ한국은행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금리 실기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 수치가 한은 예상치의 5분의 1 토막 수준에 불과해 한은의 경제 분석 및 예측 능력에 대한 회의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은은 24일 올해 3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1%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당초 예상한 3분기 성장률(0.5%)을 크게 밑돈 것으로, 시장 전망치(0.4%)에 비해서도 낮았다. 0.1% 성장률은 앞서 한국은행이 예상한 0.5%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역성장(-0.2%)에서 벗어났지만 반등 폭이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출이 자통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 감소하면서 7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0년 5월 0.25%포인트 인하 이후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면서 한은이 지난 8월 전망했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4%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간 성장률 2.4%를 달성하기 위해선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2% 이상이 나와야 한다. 한은은 내달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가 전망보다 낮게 나오면서 수치상으로 봤을 때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3분기 실적치와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해 다음 전망치 발표 때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을 위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당초 한은은 서울 중심 집값 폭등, 가계대출 증가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연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하자 “사실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었다”며 “(금리 인하로) 성장률만 올리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은 것인지, 경기와 금융안정 중 어디에 방점을 주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3분기 성장률 부진에 오는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 테이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도 한국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기존 2.3%에서 2.2%로 낮췄다. 성장 하방리스크로 한은에 대한 추가 기준금리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준에서 금리를 올릴 때 같이 따라가면서 유지하고,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내리면서 같이 따라가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환율, 내수 등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의 역할은 물가안정과 통화정책에 집중하는 것인데 현재 그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행이 주담대를 늘리는데 기여했으며, 이번 금리 인하 효과는 별로 없다. 현재 통화정책은 먹통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 한국은행 ⓒ정상윤 기자
    ▲ 한국은행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