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연장전 돌입에 4거래일 연속 상승…150만 원 돌파한미사이언스, 대주주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8%대 급등전문가 "경영권 분쟁 종료 시 기존 주주 재무 부담 더해질 것"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기업들의 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선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등 경영권 분쟁을 겪은 곳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18.60%(24만2000원) 급등한 154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2%대 강세로 시작한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오름폭을 키운 끝에 역대 최고가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31조9452억 원을 기록해 신한지주(28조8826억 원)와 POSCO홀딩스(28조6293억 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의 지분 차이가 약 3%포인트에 불과한 상태다.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으로, 양측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 등을 통해 치열한 지분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양측이 장내서 주식을 매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 대책 논의를 위해 오는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고려아연에 대해 투자경고 종목 지정을 예고하고 이틀 연속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된다.

    한편 이날 한미사이언스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8.78%(3350원) 상승한 4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외 2명이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자는 신동국 회장 외 2명이다. 모녀 측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포함한 '3자 연합'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한미사이언스와 자회사인 한미약품이 이사회 재편을 위해 각각 11월 28일, 12월 19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하자, 한미사이언스는 24~25일 이틀간 20.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주는 분쟁 이슈가 소멸하면 주가가 되돌림 현상을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들은 누가 승리하든지 기존 주주들이 재무 부담을 떠안는다"라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수록 급등했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