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보고서 비중 93.07%…비중 축소·매도는 0.05% 그쳐실적 추정치 적중률 19%…카카오게임즈 괴리율은 1488%“매수 일변도 러시치 관행 개선해야…올바른 증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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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증권가가 발행한 기업 보고서 대부분이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추정한 기업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의 적중률마저 바닥을 치자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1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총 1만6660건(요약, 영문, 삭제, 독립리서치 제외)의 기업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중 ‘매수’ 의견의 보고서는 1만5506건으로 비중은 전체 93.07%에 달했다.반면 투자의견을 ‘보유’로 낸 리서치는 1146건(6.88%)으로 집계됐으며 ‘비중 축소’와 ‘매도’는 각각 5건, 2건에 그쳤다. 이는 전체 보고서의 약 0.03%, 0.02%에 불과한 수준이다.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도 4곳뿐이다. 비중 축소는 유진투자증권(에코프로비엠) 1곳이었으며 매도 보고서는 지난 2월 한화투자증권이 발간한 카카오뱅크 리포트와 5월 BNK투자증권(한진칼), 8월 IM증권(에코프로비엠) 등이다.같은 기간 15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평균 10.2%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은 매도 비중이 22.5%에 달했고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7.1)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5.4%) ▲도이치증권(14.3%) ▲제이피모간증권 서울지점(12.8%) 등도 두 자릿수대 비중을 기록했다.또한 국내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가 추정한 기업 컨센서스가 실제 실적에서 빗나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실제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컨센서스 추정 기관 수 3곳 이상인 기업 198곳 중 증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율이 5% 미만(증가·감소)인 곳은 37개사(18.69%)에 그쳤다.이들 가운데 37개사(18.69%)는 컨센서스를 10% 이상 상회하는 영업익을 냈으며 75개사(37.88%)는 반대로 추정치보다 10% 이상 하회했다. 20곳(10.10%)은 예상치 대비 적자로 돌아서거나 확대·축소했다.괴리율이 가장 큰 종목은 카카오게임즈였다. 증권사가 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억원에 그쳤지만, 실제 실적은 57억원을 내면서 1487.5%의 어닝서프라이즈율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매출액과 순익도 각각 2114억원, 18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실적은 매출 1939억원, 순손실 73억원으로 나타났다.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가 추정한 컨센서스가 너무 높거나 낮게 설정될 경우 호재와 악재를 선반영하는 주식시장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앞서 금융당국도 지난해 7월 증권사의 이 같은 ‘매수 일색’ 리서치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27개 국내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일치된 문제 인식과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다만 올해(2023년) 3월부터 운영 중인 ’리서치 관행 개선 테스크포스(TF)‘ 논의과정에서 다수의 증권사가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국내시장 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이어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는 개별 증권사 차원보다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업계 공동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은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지난해 10월 활동을 종료한 ’리서치 관행 개선 TF‘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인식과 기업과의 관계 등으로 매도 보고서를 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코퍼레이트 데이, 기업설명회(NDR) 참석을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반발과 비난도 거세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한정된 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리서치센터는 매수 종목 위주로 커버하면서 목표 주가 조정 또는 커버리지 제외 등으로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고객 대부분이 기관투자자고 헤지펀드 고객도 있는 외국계 증권사와 달리 국내 증권사의 경우 매도 리포트 발간 시 해당 기업 IR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개인 주식투자자 권익 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정확한 자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괴리율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기업은 증권사에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연구원들은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탐방, 분석 기법 등을 통해 괴리율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정 대표는 “우리나라 리서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매도 리포트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증권사가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기업의 안 좋은 부분을 숨겨 보고서를 내는 것도 부도덕한 행위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차츰 개선하면서 올바른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면 우리 증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