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매출 (5조3479억) 공시작년 3분기 누적 매출도 (4조8064억)으로 표기보고서 나온 지 보름 넘었지만 방치건성건성 IR 도마에… 금감원 "자진 정정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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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이 분기보고서 내 매출액을 마이너스(-)로 오기하는 실수를 보름 이상 방치해 빈축을 사고 있다.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279억원, 3분기 누적 매출 –5조347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도 –1조5070억원, 3분기 누적 –4조8064억원으로 역시 마이너스로 올렸다.금호석유화학은 이같이 잘못 표기된 내용의 분기보고서를 지난달 14일 공시했다. 실상은 올 3분기 1조8279억원, 3분기 누적 5조3479억원이 맞지만 감소를 의미하는 ‘괄호()’를 숫자에 붙이는 기재 오류 탓에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공시대로라면 금호석화는 2년 연속 ‘마이너스 매출’ 기업으로 둔갑한 셈이다.공시는 기업의 재무제표·사업내용·증권발행·합병·분할 등 중요 내용을 공개하는 제도다. 기업가치 평가는 물론 투자자의 투자의사결정에 쓰이는 만큼 기업은 정확하고 신속한 공시 의무를 가진다. 상장사의 불성실·허위 공시 적발 시엔 징역 또는 벌금, 벌점,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제재를 받게 된다.금호석유화학의 이번 기재 오류는 분기보고서 연결 손익계산서의 첫 항목인 ‘매출’로서, 가장 상단에 위치해 눈에 잘 띄는 데다 ‘매출원가-영업이익-금융비용-당기순이익’ 등 하위 지표를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수치임에도 수정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석유화학 업황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더불어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기초소재) 증설 및 자급률 상승에 따라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다수 석유화학 기업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가뭄이 이어지고 있다.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NB라텍스 등 합성고무 중심 성과를 내며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7%, 전분기 대비 45.4% 줄어든 651억원을 달성, 수익성이 악화했다.금호석유화학의 공시 오류는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가 보름 이상 방치된 상황에 대해 회사 내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석유화학 산업이 유례없는 장기 불황을 겪는 가운데 나온 오기여서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SNS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우리나라 에너지, 석유화학, 2차전지 업체들 3분기 보고서를 보니 마음속의 한가로움이 사라지는 수치들”이라며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3분기 보고서 나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왜 아직 수정이 안 됐나. 우리나라 석유화학사 보고서는 안 보나. 회사 직원도 안 보나. 진짜 다 망한거냐”고 토로했다.금융감독원은 이날 해당 사실을 인지, 금호석유화학에 통보해 오류를 자진 수정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연결기준 매출 외 하위 항목인 매출원가·영업이익 등은 정상 기재돼 있고 개별기준 매출은 플러스(+)로 표기돼 숫자를 왜곡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 제재까지 가하진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