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영업통' 정진완 앞세워 '기업금융' 심기일전기업대출 경쟁서 선전했지만 자본력 격자에 한계 봉착정진완, CET1 비율 12%대 사수… 전략적 자산확대 추진영업전략 재정비‧업무효율화… "내부통제 강화에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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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차기 우리은행장에 50대 ‘영업통’을 낙점하고 신발끈을 고쳐맸다.부당대출 의혹으로 불거진 내부통제 위기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불리한 자본력 등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경영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영업통 겸 전략가… ‘기업금융 명가 재건’ 최고 적임자”우리금융은 지난달 29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기업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자추위는 “정 후보가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해 우리은행이 필요한 영업력을 갖췄다”며 “중소기업금융 분야를 오래 맡으면서 뛰어난 전략 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그러면서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경영계획 PT(프레젠테이션·발표) 및 심층 면접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차기 행장은 그간 집중해온 기업금융 강화에 있어서 세심한 전략 재정립의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우리은행은 올해 영업내용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세밀하지 못한 전략 탓에 자본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난 3분기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159조5492억원)은 지난해 말 대비 11.9%(17조37억원) 늘어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의 순수 영업성과를 보여주는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도 약 4조원으로 1년 사이 10% 넘게 증가했다.대출자산과 영업력 지표가 이만큼이나 개선됐다는 것은 올 한해 동안 임직원들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하지만 지난달부터 사실상 대출영업을 중단하며 ‘기업대출 명가 재건’을 향한 전력질주를 스스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기업대출을 급격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RWA(위험가중자산)도 함께 늘어 그룹의 CET1(보통주자본) 비율이 12% 아래로 떨어진 탓이다. KB‧신한‧하나금융그룹은 모두 13%대를 유지하고 있다.사실 우리은행의 RWA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약 194조원으로 4대 은행(KB국민‧신하‧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200조원을 밑돌고 있지만, 자본금이 다른 은행에 비해 4조~10조원가량 뒤처진다. 영업 경쟁에서 직원들이 선전을 이어왔지만 자본력 격차로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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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완 “영업 재정비, 내부통제 강화에도 해법”정진완 후보자는 분자가 자본금인 자본비율 산출 공식 상 불리한 경쟁 조건에서 성장성보다 효율성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특히 기업금융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업무 효율화를 추진해 내부통제 문제까지 한번에 풀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이 1등 은행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조금 더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자기자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주주가치를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직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불필요한 내부경쟁에서 벗어나 조직적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KPI(핵심성과지표)에 절대평가 요소를 넣어 직원평가 기준을 개편할 계획이다. 지점‧부서 간 경쟁을 촉진해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CET1 비율 12%대를 사수하며 전략적 자산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밑그림이다.정 후보자는 KPI 개편과 관련해 “지금은 너무 단기적인 상대평가”라면서 “실제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절대평가의 요소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은행 모태가 조선 상인을 위한 은행”이라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처럼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수출, 수입 쪽으로 강력하게 가야 한다”면서 “기업금융, 그리고 지금 힘들어하시는 개인사업자 쪽으로 모든 직원들이 중점을 두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또 오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내부통제 문제 역시 영업조직 재정비와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정 후보자는 “직원들이 일을 할 때 과부화 걸리는 부분을 덜어내서 진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 생활 30년 중 26년을 영업점에서 생활하고 관리했다”며 “(업무의) 물리적인 요소와 내부통제 이론을 좀 맞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정 후보자는 이달 중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 임기의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