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조사계획 세운 곳도 축소 28.2% > 확대 12.8%기존 설비 유지·보수(77.8%)에 주력대내외 리스크, 부정적인 경제전망 제약
-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내년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보다 줄이겠다는 곳이 2배 이상 많아 잠재성장률 2%대가 무너진 내년 경제전망이 매우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68.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56.6%)거나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였다.'계획 미정'(56.6%) 기업은 지난해(49.7%) 보다 6.9%p 늘었고 '계획 없음'(11.4%)은 6.1%p 늘었다. 이들 기업들은 조직·인사개편(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이유로 투자계획을 미룬다고 답했다.
-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2.0%) 중에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곳이 59%에 달했다. 또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증가 응답(12.8%)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지난해 증가(28.8%) 응답이 감소(10.2%)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투자 계획이 없거나 축소하는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상법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요인으로 지목했다.투자를 한다해도 신규설비투자보다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데 치중할 계획인 기업이 77.8%에 달했다. 적극적으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아예 사업을 철수하거나 공장·기계르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응답도 3.3%로 나타났다.한경협은 “양적인 투자에서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87.2%)이고, 질적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유지·보수를 택한 기업이 다수(77.8%)"라며 내년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기업들은 내년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환율 및 물가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가 뒤를 이었다.한경협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종전보다 0.2%p 떨어진 3.0%로 전망됐고,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불안 등 경제 하방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투자를 저해하는 가장 요인으로는 설비·R&D투자에 대한 세금·보조금 등 지원 부족(37.4%)이 꼽혔다. 이어 ESG(상법 등 지배구조, 환경, 사회)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입지규제, 인허가 지연 등, 15.0%)이 뒤를 이었다.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였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