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조사계획 세운 곳도 축소 28.2% > 확대 12.8%기존 설비 유지·보수(77.8%)에 주력대내외 리스크, 부정적인 경제전망 제약
  • ▲ 주요 기업들이 내년 투자계획을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폭설에도 출근길에 오르는 시민들ⓒ뉴데일리DB
    ▲ 주요 기업들이 내년 투자계획을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폭설에도 출근길에 오르는 시민들ⓒ뉴데일리DB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내년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보다 줄이겠다는 곳이 2배 이상 많아 잠재성장률 2%대가 무너진 내년 경제전망이 매우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68.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56.6%)거나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였다.

    '계획 미정'(56.6%) 기업은 지난해(49.7%) 보다 6.9%p 늘었고 '계획 없음'(11.4%)은 6.1%p 늘었다. 이들 기업들은 조직·인사개편(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이유로 투자계획을 미룬다고 답했다.
  • ▲ 대기업 87.2%는 내년 투자계획을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를 늘리는 곳은 12.8%에 그쳤다ⓒ한국경제인협회
    ▲ 대기업 87.2%는 내년 투자계획을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를 늘리는 곳은 12.8%에 그쳤다ⓒ한국경제인협회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2.0%) 중에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곳이 59%에 달했다. 또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증가 응답(12.8%)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지난해 증가(28.8%) 응답이 감소(10.2%)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 계획이 없거나 축소하는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상법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투자를 한다해도 신규설비투자보다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데 치중할 계획인 기업이 77.8%에 달했다. 적극적으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아예 사업을 철수하거나 공장·기계르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응답도 3.3%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양적인 투자에서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87.2%)이고, 질적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유지·보수를 택한 기업이 다수(77.8%)"라며 내년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내년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환율 및 물가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가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종전보다 0.2%p 떨어진 3.0%로 전망됐고,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불안 등 경제 하방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 과거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투자는 항상 늘어왔지만, 내년에는 유독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 과거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투자는 항상 늘어왔지만, 내년에는 유독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투자를 저해하는 가장 요인으로는 설비·R&D투자에 대한 세금·보조금 등 지원 부족(37.4%)이 꼽혔다. 이어 ESG(상법 등 지배구조, 환경, 사회)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입지규제, 인허가 지연 등, 15.0%)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였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