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서귀포 한남리 증류소 부지 측량 중 천연동굴 발견연내 위스키 증류소 착공 계획 차질… 결국 새 부지 물색“신규 부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 열어놓고 다각도 검토”
  • ▲ 제주도 만장굴.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제주관광공사
    ▲ 제주도 만장굴.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제주관광공사
    롯데칠성음료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위스키 증류소 사업이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했던 연내 착공은 고사하고 부지부터 새로 찾아봐야하는 그야말로 원점으로 돌아온 것. 여기에는 제주도라는 특별한 환경이 주효했다. 위스키 증류소로 낙점한 부지를 측량하던 중 천연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3일 롯데칠성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위스키 증류소 설립을 위한 개발행위 허가를 위해 서귀포 한남리 토지 측량하는 과정에서 천연동굴을 발견했다. 

    회사 측은 즉각 서귀포시와 문화재청에 해당 동굴을 신고했다. 이후 동굴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판단됐다. 이 경우 위스키 증류소는 고사하고 동굴 보존을 위해 인근 공사가 중단된다. 

    롯데칠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된 것이다.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화산지형인 제주도 특성상 화산 용암의 침하운동으로 인해 생성된 천연 동굴이 적지 않다. 발견된 동굴만 100여개가 훌쩍 넘고, 현재까지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 2019년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의 콘도 신축공사장에서 천연동굴이 발견됐고 2005년에는 전신주 설치를 위해 굴착하던 중 천연동굴이 드러난 사례도 있다. 2020년 제주도 천연동굴 실태 조사 과정에서는 15개 동굴이 새롭게 발견됐다.

    롯데칠성 측은 동굴 보존과 함께 위스키 증류소 설립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동굴 보전 구역을 제외한 면적으로는 필수 건물 설립 및 공간 활용이 어렵고, 추가 동굴 발견 가능성까지 잠재돼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롯데칠성은 한남리 부지 내 위스키 증류소 설립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부지를 찾기로 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당사는 위스키 사업 운영 방향에 맞는 신규 부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며 추후 확정된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이 위스키 증류소 후보지를 옮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위스키 증류소 부지로 검토했던 롯데칠성의 서귀포시 제주감귤공장은 증류소로 변경 인허가 받는 과정의 문제로 결국 부지를 변경해야 했고 이번에는 동굴이 발견되며 다시 부지를 변경하게 된 것.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칠성이 ‘동굴에 울고 웃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롯데칠성의 소주 ‘새로’가 동굴 컨셉의 팝업스토어로 흥행가도를 달려왔기 때문. 팝업스토어는 ‘새로’의 캐릭터 새로구미가 사는 동굴 주소를 따 ‘새로 02-57동굴’이라고 이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