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정치 리스크 확대에 정책 수혜 섹터 주가 '흔들'밸류업 힘받던 금융주·대왕고래 프로젝트 및 원전 관련주 위축 뚜렷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 주가 반영 중…향후 증시 변수는 경기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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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연초부터 추진돼온 증시 밸류업(기업 가치제고) 정책의 추진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대책에 동참하며 주가 부양에 힘써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밸류업 섹터는 물론 원전정책,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그간 정부의 드라이브 속에 탄력받았던 섹터가 일제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대표주이던 KB금융은 지난 4일 5.73% 크게 하락해 9만5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밸류업 추가 펀드 운용 전이던 지난 11월 20일(9만5600원)보다 낮아졌다.

    밸류업지수에 편입된 하나금융지주(-6.67%), JB금융지주(-4.16%)뿐 아니라 연말 리밸런싱에 따른 기대감이 높았던 신한지주(-6.56%), 우리금융지주(-2.79%) 등까지 금융주가 줄줄이 약세였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통신주인 KT(-1.64%), SK텔레콤(-2.00%), LG유플러스(-0.87%) 등도 일제히 내렸다.

    5일 오전 9시30분 현재도 밸류업 종목들은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7%대, JB금융지주는 5%대,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3%대 내림세다.

    밸류업 종목들이 약세를 보이는 건 지난 4일 간밤 비상계엄령 선포 및 6시간 만의 해제에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정책 추진 동력 상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경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바 있다.

    지난 1월 2일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고 보름 만에 다시 한국거래소를 찾아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청사진을 공개하며 기업 밸류업에 대한 시장 관심을 끌어올렸다.

    금융지주, 자동차, 증권사 등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으며 밸류업 행보에 동참했지만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정부 스스로 밸류업의 불씨를 스스로 꺼뜨렸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 속에서도 밸류업 종목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인 가운데 계엄 사태 이후 밸류업 종목에서 외국인 이탈이 두드러졌다. 외국인들이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사들여오던 은행 섹터를 지난 4일 2500억원가량 내다팔았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사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하면서 비중이 많은 종목들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라며 "또 최근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 자금이 들어왔고 이들이 밸류업 등 확실한 재료가 있는 금융주에 많이 베팅했는데, 오늘 대거 빠져나가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고 밝혔다.

    밸류업 정책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 수혜 섹터들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6월 국정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포항시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작됐다.

    야당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내년 예산안을 전액 삭감하며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공 시추부터는 국내외 투자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인데, 계엄 사태로 투자 유치, 사업 진행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지난 4일 한국가스공사는 무려 18.75% 급락하며 4만원선이 무너졌다. 대왕고래 대장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주가가 2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에는 6만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화성밸브(-26.04%), 포스코인터내셔널(-12.64%), GS글로벌(-12.37%) 등 관련 종목들도 큰 낙폭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수혜주로 꼽혔던 원전주들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그간 정부는 원전 최강국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신규 원전 건설, 해외 원전 수출 등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8월에는 윤 대통령이 체코로 건너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만나며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의 24조 원 규모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10.17%), 한전기술(-15.77%), 한전KPS(-9.77%), 한전산업(-11.08%) 등은 전날 급락세에 이어 이날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이 하룻밤 사이에 마무리되면서 당장의 위기는 막았지만 증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정책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커졌다"며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10년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이 있었는데 연속성 있게 장기간의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국내 증시는 정치적 변화, 통화 및 재정정책 확장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 리스크가 방향을 잡은 이후 증시의 변수는 경기 방향성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만일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구성이 변화하게 된다면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수출은 피크아웃하는 상황이고 중국 경기는 부진하며 미국 경기도 더 좋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역분쟁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 걱정된다"며 "일련의 사태에 따른 내수 위축도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