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뉴욕증시-코스피 거꾸로 흐름 뚜렷강달러 현상에 계엄 사태 먹구름 겹쳐 외국인 매도 폭탄정치적 불확실성에 외인 팔자세 가속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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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국내 증시에 올해 내내 지속됐던 뉴욕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의 폭탄 매도세에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 이후 좀처럼 반등세를 타지 못했던 코스피는 정치적 불안감까지 겹치며 '셀 코리아' 늪에 빠진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4일부터 이틀간 2.32% 떨어졌다.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피는 0.57% 하락했다. 지난 3일 모처럼 1.86% 상승하며 지수 반등 기대감을 모았던 코스피는 계엄 영향 속에 주춤하고 있다. 

    반면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2월 들어 2일 0.97%, 3일 0.4%, 4일 1.3% 상승하면서 2만선을 목전에 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4거래일간 1%가량 상승했다.

    통상 미국 뉴욕증시와 한국 증시는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떨어질 때 같이 떨어지는 동조화 경향이 짙지만 올해 들어선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10월(코스피 -1.43%·나스닥 -0.52%)를 제외하고는 8, 9월과 11월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특히 11월엔 나스닥지수가 6.21% 오랐지만 코스피는 3.92%나 하락하면서 디커플링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선거 승리 영향으로 뉴욕 증시가 연말 강세를 보인 반면 관세 이슈로 국내 증시는 먹구름이 짙어진 탓이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 후 지난 5일까지 22거래일 동안 S&P지수 기준 단 5거래일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는 9거래일 상승하며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달 들어서도 뉴욕 증시와의 디커플링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재선 성공 이후 짙어진 강달러 현상으로 이탈세가 뚜렷했던 외국인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국내 주식을 던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정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계엄 이후인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코스피에서 725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수혜주인 은행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4일 4058억원어치, 5일 320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계엄 사태 전날 한국 증시에서 7거래일 만에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팔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 3일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8월16일(1조2054억원) 이후 석 달 반 만에 최대 규모인 5395억원의 강한 순매수를 보인 바 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환율을 불안하게 하고 이는 다시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거센 매도세 속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5일 기준 1999조원으로 지난달 15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다시 20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증권가에선 강달러 현상으로 그간 외국인의 수급 불안이 지속된 가운데 정치 불안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이들 이탈세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정국 불확실성 장기화 전망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여전히 불안 요소"라며 "계엄령이 해제되긴 했으나 향후 문책과 더불어 예산안의 향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셀 코리아(Sell Korea)'가 외국인 자금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우리 기업 실적이 외국인들의 수급을 결정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이익 모멘텀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둔화가 지속되지만 미국은 유지되고 있다. 결국 기업실적 모멘텀 둔화와 관련해 향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데이터상 아직 내수의 부진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유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실제 정책을 어떻게 펴는지 펀더멘탈의 기조적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