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900점 이상 우량고객 '저축은행'으로 발길 돌려저축은행, 12% 이하 금리 신용대출 비중 확대11월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 은행권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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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고신용자의 대출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우량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며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금융업계는 중금리 대출까지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930점인 나도 저축은행 신용대출 받는다"… 대출亂 심화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SBI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중 신용점수 900점 초과자의 비중은 45.22%로 집계됐다. 이는 3월 상품 출시 당시 39.45%에서 약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해당 상품은 초우량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계됐으며 평균 금리 10.89%를 적용해 800점대 고객보다 0.29%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높은 신용점수를 가진 우량고객의 수요가 집중되면서 이러한 증가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DB저축은행 역시 900점 초과자의 대출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1월 기준 이들 고객의 대출 비중은 3.58%로 지난해 말(1.6%) 대비 크게 확대됐다. 평균 금리도 11.86%로 700점대 고객이 적용받는 평균 금리 12.21%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우량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통상적으로 고신용자에게는 10~12% 금리를 적용한다. 실제로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금리 12% 이하 취급 비중은 대폭 증가했다.

    지난 6월 SBI저축은행의 12% 이하 금리 대출 비율은 3.61%였으나 10월에는 14.77%로 약 11.16%p 상승했다.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0.02%에서 3.5%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0.47%에서 1.28%로, 애큐온저축은행은 0%에서 0.21%로 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저축은행은 통상적으로 고신용자에게 10~12%의 금리를 적용하며 중·저신용자에게는 15~17%의 금리를 적용한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비중이 늘어난 이유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한 점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현상황이 중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며 취약차주를 위한 중금리 대출에 대한 자금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고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신용대출 잔액에는 크게 변동이 없다"며 "중·저금리 대출은 서민금융의 성격을 지닌 만큼 정부 차원의 규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금융권 대출 규제의 역풍… 2금융권 '풍선효과' 심화

    1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가계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비대면 대환대출 업무를 중단한 가운데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들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전월 대비 4조원대 중반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8월 9조8000억원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이후 △9월(5조2000억원) △10월(6조6000억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같은 기간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유지되며 1금융권을 크게 웃돌았다. 

    풍선효과를 의식한 2금융권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5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며 농협·수협중앙회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2금융권의 대출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열린 '제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개별 조합의 최소자본비율 상향 △법정적립금 의무 한도 상향 △대형 조합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 등을 포함한 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권 대출 규제의 여파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상호금융권도 내년도 대출 관리 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엄격한 대출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