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코스피 장중 2400선 붕괴… 개인 ‘패닉셀’ 영향원·달러 환율 1주일 새 24.5원 뛰어… 상승폭 11개월 만 가장 커국내외 기관 원화 가치 급락 경고… ‘1500원 시대’ 전망도민주 “尹 2차 탄핵안 14일 표결… 부결 시 매주 토요일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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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증시 등 국내 금융시장이 시장 우려처럼 불안한 흐름으로 한주를 시작했다. 지난주 계엄선포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부결 사태 이후 처음 맞이한 월요일인 9일 환율은 장중 1430원을 찍은 뒤 변동성을 보이다 오전 11시 31분 현재 1436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코스닥은 나란히 연저점을 찍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지며 1450원을 넘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증시 또한 정치적 불학실성으로 하락폭을 키우며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월 5일 글로벌 증시를 휘감았던 ‘블랙 먼데이’ 이후 4개월 만에 24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증시 ‘블랙먼데이’ 우려 현실화… 코스피 2400선 재차 붕괴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10시22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대비 35.36포인트(1.46%) 내린 2393.21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지수는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한 뒤 한때 2370선까지 내려왔다가 소폭 낙폭을 줄이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0.37포인트(3.09%) 내린 640.87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지수는 11.98포인트(1.81%) 내린 649.35로 출발해 636선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개인 투자자의 패닉셀(공포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1927억원, 코스닥에서 501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의 투매에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기관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3427억원, 코스닥에서 342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58억원어치,  코스닥에서 143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기관이 지수의 폭락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초유의 사태에 코스피 지수가 3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낙폭이 3%를 넘기지는 않았다. 기관은 지난 3거래일 내내 유가증권시장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 특히 연기금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우려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연기금은 지난 4일 1119억원, 5일 1574억원, 6일 3445억원 코스피를 순매수했다. 

    이날 금융당국도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혼란스러운 정국 가운데 당국은 정치적 상황의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9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준비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 Contingency plan)에 따라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들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자동 폐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져올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코스피 기업의 이익 전망도 하향되는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까지 떠안게 돼 투자 심리 회복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핵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번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에 코스피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선제적인 대응보다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간 선례를 볼 때 정치적 변수가 추세를 결정하지 않았고, 이미 국내 증시가 역사적 저점에 와 있다는 점에서 투매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극단적인 증시 외면보다 방어력 높은 종목으로 대응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Worst Case)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스피가 2300선대 초중반, 또는 그 이하로 언더슈팅(단기 급락)이 전개될 수 있다"며 "국내 정치적 리스크 진정, 해소 여부가 단기 코스피 등락의 결정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레벨이 낮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국내 주식 비중 축소는 올바른 대응이 아니"라며 "실적과 수급 모멘텀이 살아있는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상향되고,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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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정국 여파… 원·달러 환율 장중 1430원 터치

    원·달러 환율이 계엄 사태 이후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 1500원대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된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9시6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보다 10.8원 오른 1430.0원에서 거래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6일(1432.4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지난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한 주간 24.5원 뛰었다. 지난주 상승폭은 지난 1월 15∼19일 25.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화는 전주 달러 대비 1.86% 평가 절하되며 지난주 원화 가치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원·달러 환율은 1443.85까지 치솟으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안이 수용되고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하면서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폐기됐지만 민주당은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매주 발의해 토요일마다 재표결을 한다는 입장이다.

    원·달러 환율 지난달 29일 1394.7원에서 지난 6일 1419.2원으로 오르며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원·달러 1400원대에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20~143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산가치 방어 총력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탄핵안 불발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기관들은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원화 가치 추락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전망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1500원대 환율 시대까지 열릴 것으로 봤다.

    아다르쉬 신하 BoA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되며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마저 불발됐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반영하며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보다 국내 정치 리스크가 당분간 달러·원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환율 밴드는 1410~1460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실개입 경계감이 커지면서 환율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