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사협상 재개… 인력충원·임금상승 등 요구 전망1년 2개월 만에 총파업 … "이용객 안전 소홀해질 우려"열차운행 평시대비 76.6%… 10명 중 3명은 파업참가
  • ▲ 전국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서울역에 파업관련 알림판이 설치돼 있다. ⓒ정상윤 기자
    ▲ 전국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서울역에 파업관련 알림판이 설치돼 있다. ⓒ정상윤 기자
    철도노조의 임금 투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기업 연봉'을 받는 철도노조가 연이어 '국민 교통권'을 볼모 삼는 모습에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코레일은 노사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협상 조건으로 내건 임금 인상, 임금 체불 해결, 성과급 정상화, 안전 인력 충원 등을 내걸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측에서 노조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금 부문에서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노조의 투쟁이 장기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측과의 소통창구는 열어두고 있지만 임금 측면에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모든 사안을 들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은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고, 4조 2교대 전환은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조의 파업 행보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작년 9월에도 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 4조 2교대 시행,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에도 노조는 74일간 파업을 단행했다. 당시 노조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취소하고 호봉제 도입을 약속하자 파업을 멈췄다.   

    문제는 쟁점으로 꼽히는 코레일의 연봉이 이미 대기업 수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잡코리아에 게재된 코레일 평균 월급은 583만원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이 올해 2월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에 명시한 대기업의 평균소득(591만원)에 준한다. 

    결국 노조가 임금 인상을 외치며 '국민 교통권'을 볼모로 파업하는 행위가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의미다. 코레일은 지난해 4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작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조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작년 기준 코레일의 부채는 20조4000억원이 넘는다. 1년 이자만 3619억원에 달해 하루에 10억원을 이자로 내는 셈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도 국내 전력 소비량 1위 공기업인 코레일에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한다. 코레일은 작년 전기요금으로 전년(4272억원)보다 24%가량 증가한 5329억원을 썼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인상분(10.2%)이 반영되면 연말까지 당초보다 100억여원이 늘어 5814억원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하게 된다. 내년 사용요금은 600억원이 증가한 6375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파업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코레일의 부담을 더욱 가속화한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닷새간 파업에서 발생한 손해는 94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열차 미운영 등에 다른 직접 피해액이 89억7000만원, 군 등 외부 인력 대체 비용이 4억5000만원에 달했는데, 현 파업이 장기화될 수록 코레일의 손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노조가 파업 정당성을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정부는 중재를 맡으면서도 필요할 경우 엄정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다 보니 누적되는 적자 아래서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는 인원을 감축하거나 임금 인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기업 운영의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런 파업은 국민 발걸음과 화물 운송 차질 등 단순 불편을 넘어 국민 안전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경우 교수는 "안전을 외치는 노조의 파업도 결국 임금 인상으로 귀착되며 이용객들은 매번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도 "안전 인력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중대 범죄인 만큼 업무 미투입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파업에 돌입할 경우 안전이 소홀해지는 간접적 여파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의 총파업으로 이날 오전 9시 기준 열차운행 현황은 평시대비 75.9%이며, 출근대상자 2만7810명 중 파업참가자는 8038명으로 파업참가율이 28.6%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