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도쿄증시 상장… 예상 시총 7800억엔한미일 컨소 통해 지분 4조원어치 보유 중"투자금 회수 마지막 기회" vs "전략적 관계 필요" 갈려
  • ▲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일본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다음주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여기에 4조 원 가량을 투자한 SK하이닉스가 엑시트(Exit, 투자금회수) 전략에 나설지 주목된다.

    가까스로 상장에 성공한 키옥시아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함께 낸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전략적으로 선택지를 남겨놓는 편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오는 18일 일본 도쿄증시 프라임마켓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주당 1455엔(약 1만37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7800억 엔(약 7조 3700억 원)이다.

    키옥시아는 낸드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연합에 이은 3위지만 최근 낸드업황 악화로 고전하면서 살 길을 찾아 고군분투했다. 미국 메모리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과 합병도 추진했지만 SK하이닉스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우여곡절 끝에 IPO를 추진하게 됐다.

    그마저도 쉽지 않은 행보였다. 지난 2020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계획을 미룬 바 있고, 올해 다시 상장을 추진하면서도 낸드시장 악화와 반도체주 약세 등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10월 상장 목표를 12월로 미뤄 진행하고 있다.

    키옥시아의 이런 행보로 지난 2018년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4조 원 규모의 간접 투자에 나선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장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컨소시엄과 도시바는 이번 IPO를 통해 일부 지분을 매각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주주사들이 엑시트 대열에 참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주주들이 대부분 이번 IPO로 보유 지분을 빨리 현금화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최대 주주인 베인캐피탈과 2대 주주인 도시바, 호야(HOYA) 등이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키옥시아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앞서 키옥시아가 WD와의 합병을 추진할 때도 이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끝내는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가 WD와의 합병 대신 IPO로 선회하면서 컨소시엄의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 ▲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 두가지 목적을 겨냥했다. 낸드시장 경쟁사인 키옥시아를 견제하는 동시에 재무적 투자 차원으로도 일거양득을 노린 것이다.

    이 중 재무적 투자 효과를 누리려면 이번 IPO가 사실상 최적의 엑시트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낸드업황 악화로 키옥시아 실적과 재무 상황이 여의찮아 지난해 기준으론 SK하이닉스가 투자한 키옥시아 지분 가치가 4조 원에서 3조 4000억 원대로 떨어진데다 앞으로 낸드업황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HBM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이번 IPO로 대규모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HBM 시장이 내년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더 큰 폭의 성장이 예고되면서 생산능력(CAPA)를 키워야 하는 필요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반면 SK하이닉스가 앞으로도 낸드시장에서 키옥시아를 견제하는 동시에 키옥시아와의 사업적 시너지를 추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지분은 지속적으로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일본 언론에서는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에 자사 낸드 생산 공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제안을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지만 향후 양사가 낸드사업에서 시너지를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게 반도체업계 안팎의 평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 상장은 SK하이닉스에게 꽃놀이패나 다름없는 선택지"라며 "상장 이후 키옥시아의 여건에 따라 사업 제휴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