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에 전망 때 마다 치솟아보조금 미확정도 부담 속도 조절하지만 역부족탄핵정국에 이중삼중고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아직 미국에서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확정짓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수무책으로 치솟는 환율 부담까지 더해져 이중고로 시름하고 있다. 그 사이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보조금 이슈를 마무리 짓고 공장 가동 준비에 본격 나선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가운데 국내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인텔과 마이크론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비롯해 외국기업인 TSMC도 일찌감치 미국 정부와 보조금 규모를 확정지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유일하게 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한 곳으로 꼽힌다.

    내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보조금 지급이 완료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삼성과 SK도 연내에 확정된 보조금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아직까진 불안감도 공존하는게 현실이다.

    특히 경쟁사들 대비 투자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삼성이 아직까지 보조금을 확정짓지 못한 이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삼성은 44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입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올 들어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테일러 신공장 가동 수요도 쪼그라들었고 이에 속도 조절에 나서는 상황이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테일러 공장은 2년 전 착공했지만 완공 시점이 조금씩 뒤로 밀리는 동시에 여러 사건 사고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미국 언론에선 테일러 공장이 당초 가동 시점으로 제시한 2026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골치를 앓았던 것은 미국 현지에서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부담이 증가하는데다 건설 노동자들과의 마찰도 빚어지는 등 공장을 짓기까지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공사비 상승은 이미 지난해부터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에 건설 자재나 인건비 등이 크게 뛰면서 삼성이 지난 2021년 11월 테일러 공장 투자를 발표한 당시 대비 10조 원 넘게 공사비가 뛸 것이라는 외신들의 분석이 있었다. 여기에 환율까지 더해져 총 14조 원 가량은 공사비가 더 들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들어선 이 같은 추가 공사비가 더 커질 기미가 나타났다. 국내에서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언 이후 지난주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봤을 정도로 상승폭이 매서웠다. 다행히 탄핵 가결 이후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환율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이미 떨어진 원화가치를 내년 중에도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환율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보조금을 확정 짓고 내년 한창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삼성과 SK 입장에선 당장 환율이 가장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이 공장 건설에 속도 조절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시작된 공사가 지연될 수록 부담은 더 가중되는 구조라 보조금을 확정 지은 이후에는 다시 공사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R&D센터의 신설 계획을 확정하고 얼마 전 이를 추진할 인디애나주 법인을 신설해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착공을 시작하진 않아서 삼성보단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연내에 바이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점은 삼성과 동일하다. 양사 모두 불안한 국내 정국 가운데 외교적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 한숨 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