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가맹점 연간 수수료 인하 규모 4만5000원 그쳐수수료 인하로 소상공인 부담 던다는 금융위… 현실은 '카드 결제 위축' 우려무이자 혜택 줄이기… 카드사 '허리띠 졸라매기' 불가피한은·기재부 "내수 살려라"… 엇박자 내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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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으로 연말 특수가 실종되고 내수 활성화 방안이 긴급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예정대로 카드회사 결제 수수료를 인하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강행은 카드 결제 혜택을 줄여 오히려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7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8개 전업카드사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뒤 내년도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305만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을 고르게 인하하는 내용이다.이전 수수료 산정 때마다 꾸준히 영세가맹점에 인하 혜택을 집중한 것과 달리 차상위인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결제 수수료율도 내린 것이 특징이다. 각 가맹점에 미치는 수수료 절감 효과는 적어졌다.예기치 못한 정국 불안에 내년도 카드 수수료 수준 결정이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소규모 자영업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예정대로 이번 주에 카드수수료 경감방안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금융위 중소금융과에서 카드 수수료 관련 적격비용 산정을 담당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위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는 민생정책이라고 보고 있다.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도입한 후 우대 가맹점 수수료는 3년마다 매번 인하됐다. 전체 신용가맹점의 96%가량이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돼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영세가맹점은 0.5%, 중소가맹점은 연매출에 따라 1.1~1.5% 수준이다. 원가 이하의 수수료 수준 탓에 카드사는 결제에서 발생한 역마진을 카드대출영업으로 방어하고 있다.카드업계에서는 부가가치세 환급분을 감안하면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가 사실상 0%에 근접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추가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연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230만2000개)의 연평균 수수료 부담은 18만9000원 수준이다. 이날 발표한 추가 인하로 수수료가 0.10%p 내려가면 한 가맹점당 연간 4만5000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개별 가맹점에서 연간 아낄 수 있는 수수료 금액은 적은 편이지만 영세·중소가맹점에서 줄어드는 전체 수수료 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카드사로서는 결제 수수료에서 역마진이 커지지 않도록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할인 등 결제에 따른 카드 혜택 축소에 나설 여지가 크다. 불황에 자취를 감췄다가 속속 복귀 중인 무이자 혜택이 다시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카드 결제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내 민간소비의 특성 상 알짜 카드 단종을 포함한 카드 혜택 축소는 소비 위축과도 상관 관계가 깊다.신용카드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200조원의 민간소비 지출 중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1000조원에 달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분을 합하면 77.6%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돕고자 한다면 가맹점당 연간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 수준의 수수료 절감보다 본격적인 내수진작책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카드 사용분에 대한 연말정산 세제혜택 확대처럼 범정부적 내수진작 정책이 같이 가야 하는데 한 곳에서는 난방을 틀고 다른 곳에서는 에어컨을 트는 격"이라고 지적했다.한편 기획재정부는 소비심리 조기 회복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카드 소비 증가분에 대해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한국은행은 이미 지난달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내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예상치 못 했던 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악재가 겹쳐 내년 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