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실적발표서 AI칩 연평균 성장률 40% 중반대 제시"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 특히 강해"삼성 파운드리 첨단노드 양산 가능… 기회 충분함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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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가 실적발표에서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올해도 파운드리 시장 분위기도 AI칩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넘쳐나는 주문을 다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언급하면서 첨단 공정 기술을 갖춘 또 하나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인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가속기향 매출이 올해부터 연평균 성장률(CARG)이 40% 중반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TSMC는 20% 중반대 매출 성장을 전망하고 향후 5년 간은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TSMC는 현재 AI 칩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이라고 표현하며 AI가 현재 TSMC는 물론이고 파운드리 시장에 핵심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TSMC는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AI 반도체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AI 반도체 공급량을 결정짓는 독보적 존재가 됐다. 엔비디아 외에도 주요 빅테크들의 AI 칩 수주가 몰리면서 TSMC가 말한대로 주문량을 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AI칩에 적용되는 최선단 공정인 3나노(nm) 공정에 주문이 몰리면서 지난해 TSMC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전연도인 지난 2023년 TSMC 전체 매출에서 3나노 공정 매출이 6%에 불과했다면 지난해는 18%로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3나노 공정 매출 비중이 26%에 달해 올해는 더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TSMC는 AI 반도체 중에서도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가 매우 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필요한 성능과 기능을 탑재하는 ASIC은 기존에 엔비디아 일변도의 AI칩 공급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 등 저가 통신 장비용 칩을 주로 생산했던 브로드컴이 AI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맞춤형 AI칩 설계 능력을 앞세워 새로운 AI칩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TSMC가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고객사로 두고 AI 파운드리 시장을 점령하긴 했지만 앞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이 시장을 온전히 홀로 차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대만과 일본, 미국에 신규 생산라인 가동을 준비하거나 이미 가동 준비를 마친 곳들이 있지만 TSMC의 생산능력 확장 속도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늘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TSMC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선 첨단 패키징 공정인 'CoWoS' 생산능력의 절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확보한 이 공정 생산능력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올 연말까진 이 공정의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키우는 것이 TSMC의 목표지만 현재까진 엔비디아는 커녕 AMD, 브로드컴 등 다른 고객사들의 요구량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태임은 분명하다.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그래서 업계에선 결국 TSMC 외에 3나노 이하급 선단 공정이 가능한 삼성 파운드리가 대안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은 TSMC보다 한 발 앞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지만 이후 고객사와 수율을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으면서 AI 반도체 시장 파운드리 수요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삼성이 절치부심하고 있는 부분도 이런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삼성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에 집중돼있는 AI 반도체 고객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부족한 생산능력으로 넘쳐나는 주문을 소화하면서 올해도 10% 이상의 가격 인상을 결정한만큼 줄을 섰던 고객사들도 대안책을 이미 찾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올해 삼성 파운드리가 얼만큼 수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TSMC와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