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법원 가처분심리 결과 나올 예정가처분 기각 시 MBK 이사회 장악 어려워인용 땐 일반투표제로 표 대결…최 회장 불리국민연금 및 의결권 자문사 4곳 현 경영진 '지지'ISS·ESG기준원 반대…법원 신중한 판단 내릴 듯
  • ▲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운명의 주가 됐다. 늦어도 21일 전 집중투표제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할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고, 23일 임시주총이 열린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 결과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이르면 이날, 늦어도 21일 나올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영풍·MBK가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첫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선고 기일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양측 대리인단에게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을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없게 된다. MBK 연합이 자신들이 추천한 신규이사를 대거 선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가처분 기각 시 최윤범 회장은 집중투표제 기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다.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한다.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인 셈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1주를 가진 주주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다. 주주는 이 의결권을 후보자 1명 또는 수명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현재 MBK 연합의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 46%가량이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룰’에 따라 MBK 측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편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다. 상법에선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최 회장 측과 MBK 측은 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돼 있지 않으므로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은 법률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이번에 도입하더라도,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이 이뤄졌고, 이미 판례상으로도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양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이 아닌 일반투표 방식으로 이사들을 뽑아야 하며 이 경우 MBK가 유리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MBK 연합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도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워진다.

    집중투표제 도입 취지와 절차적 적법성 등을 둘러싸고 양측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는 만큼 법원이 최대한 신중하게 판결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지목되는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등 최 회장 측이 제시한 핵심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다만 이사 후보는 MBK 측에서 3명, 최 회장 측 후보 가운데 3명씩 균형 있게 지지하기로 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은 엇갈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한국ESG연구소 등은 집중투표제 안건에 대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와 경영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이라며 현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은 “집중투표제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노르웨이 정부연기금(NBIM)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