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단 후공정 투자금액 102% 확대성능 한계·자체칩 개발 늘며 각광2029년 시장규모 103조원 성장 전망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에 신규 공장 건설삼성전자,부문장 직속 관리… 생산라인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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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올해 선단 후공정 (패키징) 투자금액을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린다.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요가 늘면서 칩을 연결·포장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2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해 380억~420억달러(한화 55조~61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 297억6000만달러(43조4400억원)를 27.7%~41.1% 가량 웃도는 수치로, 앞서 전망한 투자금액 351억5000만달러를 훌쩍 넘긴 금액이다.첨단 공정, 고급 패키징 기술 위주로 투자를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간투자액의 70%는 선단공정, 15%는 스페셜티, 15%는 선단 후공정에 배분한다.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투자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후공정은 작년 대비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나 확대됐다. 금액으로 보면 두 배 이상(102%) 늘며 가장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후공정은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다. 웨이퍼의 반도체 칩들을 하나씩 낱개로 자른 뒤 칩 외부 시스템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칩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업이다. 즉, 선단 후공정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5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미세화 공정 패키징에 힘을 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AI의 개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사양·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늘며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한데, 적층시 발열, 휨 현상 등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고 전체 반도체 두께를 줄이는 등에 활용되는 게 패키징 기술이라 보면 된다. 초미세화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별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성능 개선에 한계가 온 데다, 자체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가 늘며 고객사 기호에 맞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TSMC는 지난해 7월 ‘파운드리 2.0’시대를 열겠다며 패키징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웨이퍼에 회로를 구현하는 전공정을 넘어, 반도체를 포장하고 검사하는 후공정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웨이저자 CEO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TSMC 연매출에서 반도체 패키징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약 8%에서 올해는 1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최근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AI 시대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CoWoS 전체 생산능력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433억6000만달러(62조8600억원)였던 반도체 패키징 기업 시장 규모는 2029년 712억1000만달러(103조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패키징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패키징 후발 주자로, 현재 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 규모 또한 이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패키징 생태계도 약한 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반도체 업계는 패키징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미국 인디애나주에 신규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미 상무부 보조금 7000억원을 포함한 5조9000억원이며 투자기간은 올해 1월부터 2039년 12월까지 15년이다. 회사가 투자 목적을 ‘신규 시장 진입 기회 발굴’이라고 명시한만큼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본격 진출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어드밴스드 MR-MUF’라는 패키징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성능을 높인 HBM을 만들기도 했다삼성전자도 2022년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을 만들면서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5월에는 AVP사업팀을 AVP개발팀으로 재편하고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영현 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관리키로 했다. 이어 유일한 해외 테스트·패키징 생산 거점인 중국 쑤저우 공장의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천안 반도체 패키징 공장 증설을 통해 2027년 말까지 HBM용 첨단 패키징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패키징 시장은 대만과 기술격차가 크지만 다른 공정과 비교하면 투자하는 만큼 성과가 쉽게 날 수 있어 투자의 속도와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첨단 패키징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위주로 반도체 산업 구도가 급격히 바뀔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