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까지 차입금 15兆 감소올해 넘어 2027년 빚까지 당겨 갚아투자 확대에도 재무 안정성 회복 평가HBM 기술력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올해 투자·재무 힘줄 듯… SK OI ‘우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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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무 체력 확보에 나선다. 지난해 3분기까지 15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줄인데 이어 올해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금부터 당겨 갚기로 했다. SK그룹이 추진하는 운영효율개선(OI) 전략 측면에서 봐도 우수하다는 평가다.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회사채 7000억원치를 발행했다. 애초 3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1조935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회사채 발행규모를 증액했다. 생각한 것보다 5배 이상의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회사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 전액을 채무상환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오는 2월 3600억원, 8월 9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또한 4월과 5월에는 각각 333억원, 75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 만기도 있다. 2027년 7월 500억원, 10월 942억원의 시설 자금 대출도 당겨 갚는다. 총 7025억원이다. 부족한 자금은 회사의 자체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시작된 인공지능(AI) 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혜를 입으며 재무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장치산업 특성상 대대적인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성장과 재무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나가는 모습이다.SK하이닉스 순차입금은 2021년말 8조9000억원이었다가 2022년말 16조6000억원으로 늘어났고 2023년 반도체 불황 때는 20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개선된 이익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3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HBM 생산능력 확충과 M15X 건설 등 투자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입금 감소는 주목할 만한 성과다.탁월한 HBM 경쟁력 확보에 따른 탄탄한 실적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폭발하는 AI수요에 힘입어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중국 저가 공세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범용 메모리 대신 HBM과 같은 고수익 제품에 집중한 영향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HBM의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다.이에 현금흐름 또한 개선됐다. 작년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조7748억원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7조773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재무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차입금(빚)을 갚았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차입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7조6402억원이었지만 차입금 감소에 14조4251억원이 사용됐고 기타금융부채도 4584억원 줄었다. 차입금을 15조원 가까이 줄였으나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조1357억원으로 넉넉한 편이다.SK하이닉스는 올해도 투자와 차입금 감소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를 비롯한 국내 Fab의 10나노 5세대용 라인 전환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 등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가 20조원 안팎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비용으로 추정되는 10조원 중후반대를 넘어서는 금액이다.실제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도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공급 계약 체결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와 레거시 제품 감소 및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와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는 소폭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이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운영효율개선(OI) 전략 측면에서 봐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전사적인 사업구조재편(리밸런싱)과 OI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OI는 수익 마진, 고객만족도, 지속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SK하이닉스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그룹의 AI 밸류체인을 주도하는 성과를 내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 회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과를 통해 확보한 이익은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재투자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열린 ‘2024 SK그룹 CEO 세미나’에서도 SK하이닉스가 OI 선도 계열사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