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멕에 25% 고율 관세 부과미국 철강 수입 비중, 캐·멕 35% 차지철강제품 가격↑… 한국 철강 수혜 예상향후 관세·탄소세 부과 시엔 한국도 타격미국 현지에 전기로·상공정 진출 등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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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철강업계에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 당장 미국 내 철강 가격의 상승에 따른 한국 철강 제품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향후 한국도 관세 폭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어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자정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만 예외적으로 낮은 10%의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포인트의 관세를 책정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집중했던 1기 행정부와 달리 2기에선 캐나다·멕시코 등 우방국에까지 ‘관세 폭탄’을 안기며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문별로 반도체·철강·석유 등으로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시기와 국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한국 철강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은 캐나다·멕시코 대상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캐나다는 미국 철강 수입의 최대 공급국이며, 멕시코는 세 번째로 큰 공급 국가다. 미국 철강 수입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철강에 대한 무역장벽의 현실화로 미국의 철강 수입이 감소하고, 내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물량도 감소할 수는 있지만, 수출 가격 상승이 물량 감소분을 만회하며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철강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중국 관세 부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캐나다 22.7%, 멕시코 12.2%로 각각 미국 철강 수입 1, 3위에 위치해 이번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철강·비철금속 업계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추후 한국도 관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점은 악재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국 등 일부국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제(물량할당)를 적용했다. 그 결과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약 70% 수준인 268만t으로 축소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재 제품 생산·사용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도 검토 중이다. 철강업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관세 확대 적용 품목인 데다 탄소세 적용 산업에도 포함된다. 철강 수출이 쿼터 적용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미국 투자 확대나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생산설비(CAPA) 확충과 미국 현지 상공정 진출을 검토 중이다. 상공정이란 철광석을 녹여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제품인 슬래브, 블룸, 빌렛 등을 만드는 과정이다.

    현대제철은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앨라배마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용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 강화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연산 수백만t 규모에 투자금도 10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