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 승인 … 세계 3위 도약韓철강업계 '촉각' … 日과 경쟁 불가피통합 시너지 '글쎄' … 트럼프 리스크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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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공장 ⓒ연합뉴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최종 인수 확정 시 일본제철은 단숨에 전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일각에선 일본제철에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응 지난 23일(현지 시각)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고려와 협상 끝에 US스틸은 피츠버그에 본사를 유지할 것"이라며 "최소 7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140억 달러(약 19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미국에 가져올 펜실베이니아주 역사상 최대 투자"라고 밝혔다.일본제철은 앞서 지난 2023년 150억 달러에 US스틸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미국 내 생산능력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 1월 불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가 내린 불허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업계에선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일본이 미국 철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제철이 자동차 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US스틸을 품은 만큼 미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철강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한국 철강업체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현대제철·세아제강 등 한국 철강업체들은 이번 인수와 관계없이 기존 대미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오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방식의 합작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58억 달러를 투자해 2029년까지 연간 270만 톤(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세아제강은 이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강관 2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세아 스틸 USA(SeAH Steel USA)를 두고 있다.업계에선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일본제철이 미국 내 신규 제철소를 건립하더라도 공급 과잉 등 과잉 경쟁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실제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내 철강 수요는 오는 2030년까지 1억30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철강 순수입국으로,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을 만큼 미국 철강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단순한 점유율 경쟁이 아닌 수요 분담 구도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전망했다.일각에선 미국 현지의 높은 인건비와 유지 보수비, 환경 규제 등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이번 인수로 일본제철이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미 정부는 US스틸 매각 중지 명령을 발효한 상태로,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교섭 과정에서 생겨나는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일본 닛케이는 "인수 조건에 대한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건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완전한 자회사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달성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라고 전했다.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된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라며 "US스틸의 완전 자회사를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제철과 달리 트럼프는 과반 지분 인수가 아닌 투자는 괜찮다고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문 연구원은 이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이사회 구성 시 양국 간 비율 등 세부 논의 사항을 향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본제철의 US 스틸에 대한 최종 인수 성사 시까지 불안은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