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패권경쟁 속 韓 기존 AI정책 예산·동력 부족골든타임 놓친다는 비판, 中정책 벤치마킹 필요성 제기정치권 추경 논의도…“예산 늘리고 집행시기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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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글로벌 AI 패권을 놓고 中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에서도 AI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에서는 5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계획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중심으로 소프트뱅크와 오라클 등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곧바로 중국산 AI모델 ‘딥시크’(Deepseek)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AI패권 경쟁에 불이 지펴졌다.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은 챗GPT 개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성능을 낸다고 알려지면서다.

    딥시크가 AI 개발을 위해 거대 자본이 필요하다는 공식을 깨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AI 패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딥시크는 연구개발 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으로, R1 개발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H100이 아닌 저사양의 H800을 사용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딥시크 쇼크는 한국의 AI 정책에도 경종을 울리는 분위기다. AI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최신 GPU와 거대 자본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중장기 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AI 3대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했다. 특히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해 H100 3만장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2030년까지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2027년까지 60조원 이상 민간자본 유치, 세제 혜택과 국가 펀드운영 등의 지원책 추진을 주요 내용으로 했지만 탄핵 정국에 휘말려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이 투자 규모와 정책 연속성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또한 국내 AI 정책은 값비싼 최신형 GPU를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AI정책 추진과 입법 속도가 늦어 성장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오면서 추경 논의도 나오는 모습이다.

    딥시크 파장을 불러온 중국의 정부주도 AI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 데이터 개방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방위적 지원 전략을 제시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은 2030년까지 AI핵심산업 1조 위안(약 170조원), 연관산업 10조 위안(약 1700조원) 규모 시장 육성을 목표로 하며, 후속조치로 구체화하면서 정책 연속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주축이 된 대규모 AI 지원방안을 내놓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인프라와 컴퓨팅 자원 확보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정책금융 지원과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책펀드 목표 금액은 8100억원이며, 인력 확보가 아닌 인재 양성을 위한 연구장려금에 예산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출현으로 향후 AI 패권 경쟁은 이전과 다른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시기를 앞당긴 과감한 규모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