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방한,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회동AI 주도권 싸움 치열… K-메모리 입지 커질 듯삼성,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 갖춰… AI 기술력 재평가
  • ▲ 지난 2023년 6월 방한해 K-Startups meet OpenAI 행사에서 발언하는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 ⓒ뉴시스
    ▲ 지난 2023년 6월 방한해 K-Startups meet OpenAI 행사에서 발언하는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 ⓒ뉴시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들과 협력안 구상에 나선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AI 시장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어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참석하고 국내 주요 IT 기업 수장들과도 미팅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의 방한은 이번이 세번째다. 그는 지난 2023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엔 올트먼이 오픈AI 고위 관계자들을 대거 동행해 중국 딥시크발 AI 경쟁에 적극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되며 한국에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방한에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만남이 성사되면서 글로벌 AI 전쟁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우선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올트먼과 앞서 두 차례 정도 만남을 가진 사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방한한 올트먼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눴고 같은해 6월 미국 출장 중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다시 만나 AI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관계를 다졌다.

    이번에도 최 회장을 비롯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최고경영진이 올트먼과의 만남을 위해 플라자호텔로 속속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AI에 맞춤화된 메모리 반도체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이 자체 AI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쏟고 있는만큼 오픈AI와 전방위적인 협력 구축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 CEO는 삼성과도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해 1월 방한했을 당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던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등 경영진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경영진과 만찬까지 함께 하면서 삼성과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이다.

    이번엔 전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올트먼 CEO를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이 무거웠던 사법리스크 무게를 일부 덜어낸만큼 AI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협력관계가 될 수 있는 오픈AI를 직접 맞이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성은 앞서 평택 반도체 공장을 공개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오픈AI와의 협력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SK하이닉스보다 HBM에서 다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메모리 1위 다운 뒷심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이를 위해선 오픈AI와 같은 AI 시장 리딩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삼성에겐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 외에도 스마트폰이나 AI 전용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토탈 서비스(Total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 ▲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실제로 오픈AI는 자사 AI 모델을 최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새로운 AI 전용 단말기와 여기에 필요한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기존 컴퓨터와 인터페이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새로운 기기가 필요하다"며 "음성 조작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의 이 같은 발언을 기반으로 삼성이 반도체 외에도 새로운 AI 단말기 제조에서 오픈AI와 협력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AI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낮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오픈AI가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유력한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는 평도 나온다.

    AI 대장격인 오픈AI가 자체 개발 반도체 생산 계획에 속도를 내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맞춤형 반도체(ASIC)'가 완전한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는다. 맞춤형 반도체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게 된다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요성과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포문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딥시크가 촉발한 저가형 AI 모델까지 시장에 대중화되면 더 다양한 사양과 성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로 퀀텀점프에 나설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