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사업 본격 진출… 3월 주총서 정관 사업 추가대체육·건기식·스마트팜으로 매출 80% 라면 의존도 낮추기신 전무 "글로벌 F&B 라이프스타일 리더" 목표 제시
  • ▲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농심
    ▲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전무)이 신사업 발굴에 드라이브를 건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와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라면에 편중된 기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내수 침체에 대비하고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3월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 목적에 스마트팜업을 추가한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 전반에 접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장을 뜻한다.

    농심은 일찍이 스마트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구성해 특수 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 시설과 양산형 스마트팜 모델을 신설해왔다. 2022년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했으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사우디아라비아 시범 온실 조성 및 운영)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3개(에스팜·아이오크롭스·포미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구축하는 것이다.

    농심은 여기에서 시설 구축과 운영을 총괄한다. 올해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농심은 그동안의 스마트팜 사업 테스트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확대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관에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시장의 전망도 밝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60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310억달러로 연평균 14.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수주액은 2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주 건수도 18건으로 전년(11건) 대비 7건 증가했으며 수주 대상 국가는 9개국에서 12개국으로 확대됐다.

    장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스마트팜 산업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 ▲ 농심 스마트팜 ⓒ농심
    ▲ 농심 스마트팜 ⓒ농심
    농심이 신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라면만으로 매출 증대와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며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여전히 라면 단일 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아 사업 다각화는 지속적인 과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농심의 전체 매출(2조5836억원) 중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81.6%(2조1085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내수 시장 매출도 2조324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9.9%를 차지했다. 따라서 라면과 내수 시장 실적이 하락하면 농심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농심은 신사업으로 지난 2017년부터 대체육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를 선보였다. 2020년부터는 라이필 등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신 전무가 총괄하면서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몸담은 미래사업실은 지난 2023년 말 기존 성장전략팀과 N스타트팀을 통합해 신설된 조직이다.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 스타트업 투자 등을 담당하는 핵심 전략 부서다. 농심의 미래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비전 설명회를 열고 '글로벌 F&B 라이프스타일 리더'가 되자는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무가 지난해 말 승진을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농심의 신사업 발굴 작업에 더욱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