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어센드910C 양산한 SMIC7나노 공정으로 엔비디아 60% 성능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두 중국서 해결對중 통제에도 기술력 성장세 가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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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형 AI(인공지능) 모델의 포문을 연 딥시크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중국업체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압도적인 시장 1위인 대만 TSMC에 이어 2위 삼성 파운드리도 AI 특수를 노려볼 만하지만 중국 파운드리의 거센 추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추론 특화 AI 모델인 'R1'에 중국 반도체 기술도 집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딥시크 R1 개발에는 지난 2022년 출시한 엔비디아 AI 칩 'H800'이 사용됐다. 이 제품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뒤늦게 내놓은 저사양 제품인데, 중국이 이를 기반으로 미국 최고 성능 AI에 버금가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테크업계에 충격을 준 것이다.

    하지만 딥시크 AI 모델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자체 칩 개발 능력과 파운드리 기술력이 총동원됐다는 사실에 더 놀랍다. 일부 외신에서는 딥시크의 R1이 엔비디아의 H800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했지만 추론을 실행하는데는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910C' 칩을 활용했다고 분석하면서 이 칩이 엔비디아 칩 성능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어센드 칩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올 1분기부턴 본격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에 근접한 상태다. 최종적으론 엔비디아 AI 칩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런 화웨이의 꿈을 실현시켜줄 첫 단추가 딥시크의 R1 모델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딥시크 AI가 중국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글로벌 AI 시장 점령까지 꿈꾸고 있는 까닭에 기존에 추론단계에만 활용됐던 화웨이 칩이 앞으로는 데이터 학습에까지 더 넓은 범위로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어센드910C 칩을 생산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도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위협요인이다. SMIC는 7나노미터(nm) 공정으로 화웨이 칩을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은 수율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율은 20% 수준으로 정상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인 70%까지 수율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3나노를 주력으로 양산하는 TSMC와 삼성전자 현황을 고려하면 7나노 공정으로 만든 SMIC 칩이 기술적으로 뒤쳐진건 사실이다. 다만 이번에 딥시크 R1의 성능이 오픈AI의 최신 AI 모델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거나 일부 기능에 있어선 오히려 앞서기까지 한다는 검증 결과를 통해 본다면 SMIC가 현재 기술 수준보다 약간이라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면 파운드리 투톱을 일부 대체할만한 경쟁력을 갖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협 받는 쪽은 아무래도 2위 삼성전자다. 삼성 파운드리는 가뜩이나 1위인 TSMC를 따라잡기에 벅찬 상황이었는데 AI로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초입에 삼성 메모리가 시장 진입이 다소 늦어진 영향까지 받아 이제는 후발업체의 추격을 더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중국 AI 공세에 대한 우려가 누구보다 큰 미국 기업들이 TSMC 일변도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을 대체재로 내세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을 대표하는 AI 기업이자 중국 AI 굴기를 막아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인 오픈AI와의 협업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픈 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지난 4일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3자 회의에 나섰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미국 트럼프 정부발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함께 하고 삼성에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참여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되며 삼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 파운드리가 미국 AI 기업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아 중국 AI에 대응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역할할 수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자 회동에서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CEO도 동석해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업 가능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