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장기화·건설투자 침체 등고용·물가도 위태 … "정국 여파 불안 지속"
  •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국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정치적 불안과 트럼프발(發) 통상 환경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며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위태롭다는 것이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경제동향 2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통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KDI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개선됐으나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가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도 지적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에 이은 두 달 연속 '정국 불안' 언급이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재화소비)는 전년동월 대비 3.3%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0.6% 줄었다.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예술·스포츠·여가 등의 서비스업 생산도 전년동월 대비 8.7% 감소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를 크게 밑돈 91.2에 머물렀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도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둔화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일평균 기준 ICT(정보통신기술) 품목 수출은 25.0% 증가했지만 일반기계(-6.0%)와 석유제품(-15.8%) 수출은 감소했다. KDI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수출 여건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고용 상황도 침체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5만2000명 줄어들면서 3년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KDI는 "건설업과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일자리정책 종료의 영향도 더해지며 감소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반등한 것에 대해서는 "내수 부진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