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7월부터 HUG 보증한도 100%→90% 축소'부채 키운다' 지적에 제도개선…주거비부담↑"방향 옳지만 월세보조 정책 등 함께 가져가야"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서민 주거비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사기, 대출규제 등으로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등의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HUG는 소득과 관계없이 임대보증금의 80%이내에서 수도권 4억원·지방 3억2000만원까지 보증해줬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줄이고 하반기부터는 소득과 기존대출을 반영해 보증한도를 조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전세 5억원짜리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는 전세금액 80%인 4억원까지 HUG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HUG 보증한도가 대출액의 100%에서 90%로 낮아지면서 HUG 보증을 통한 대출가능 액수가 3억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하반기 세입자 소득과 대출을 평가해 소득대비 기존대출이 과도할 경우 보증한도는 더 줄어들게 된다.

    전세자금은 대부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찾기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전세대출 증가가 전세값과 집값의 연쇄상승을 불러왔고 대출규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도 축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UG와 HF 등 양대 보증기관의 지난해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총 85조5311억원이다. 2019년 57조원대에서 급증한 것으로 특히 HUG 보증규모는 2019년 16조8291억원에서 지난해 32조9397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전문가들도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뒷받침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전셋값·집값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체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셋값은 연간 8.21% 오른다.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수요를 증가시켜 전셋값을 높일 수 있다"면서 "임대인은 갭투자로 주택을 구매하기 더 수월해져 매매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부동산 시세표ⓒ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부동산 시세표ⓒ연합뉴스
    다만 보증축소로 전세대출 금리가 일부 오르면 저소득 서민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사기 여파와 금리부담 등으로 빌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파트에서도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비중은 56.0%(3만 112건), 월세비중은 44.0%(2만 3657건)로 직전분기 대비 월세비중이 3.3%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보증한도 차등 등에 따른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와 이로 인한 월세상승 가능성 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보증과 한도 등을 타이트하게 관리할수록 급격한 월세화가 예상된다"며 "이는 전반적인 주거비부담으로 연결돼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선 방향성이 맞지만 서민들 삶의 질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월세는 앞으로도 장기간 급등세를 보일것이고 문제는 전세도 월세에 의해 가격 상승이 자극된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차주의 소득과 상환능력에 따라 보증한도에 차등을 두게 되면 전세대출총액이 감소할 수 있어 일부는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아파트도 빨라질 수 있다"면서 "무작정 전세대출을 까다롭게 만들기보단 대출축소로 인한 주거불안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는 저소득층 월세 보조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