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TSMC에 인텔 파운드리 합작 압박 3나노 이하 공정은 대만 본토에 두겠다는 계획 겨냥 … 미국 내 반도체 제조기술 확보 목표삼성-SK에도 보조금 빌미로 핵심 기술 공유·합작 등 필수조건으로 내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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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삼성전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TSMC와 브로드컴에 인텔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TSMC처럼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보조금을 빌미로 추가 조건을 들이밀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17일 외신에 따르면 대만 TSMC와 미국 브로드컴은 인텔의 공장 지분과 칩 설계 등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는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하지만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가 인텔 구하기를 시작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재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평에 힘이 실린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을 부문별로 쪼개 되살리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대만과 한국 등으로 퍼져있는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미국 내로 가져오는데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특히 겨냥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산업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TSMC다. TSMC는 기존에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손을 잡는 세계 최강 파운드리였는데, 최근 AI(인공지능)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압도적인 TSMC의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 더 많은 고객사들이 찾고 있다.이런 TSMC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앞서 미국 정부들도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과 지난 바이든 정부 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결정하고 총 650억 달러(약 95조 원)를 투입해 3곳의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트럼프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TSMC가 3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공정은 대만 내에만 두겠다는 계획이 확고한데, 이를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TSMC가 미국 내에서 최첨단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의 거점이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정부가 TSMC를 시작으로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속내도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권 교체로 이전 바이든 정부 때 계약한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이 약속대로 나올지 촉각이 곤두 섰었는데 이제는 보조금을 주고 어떤 조건을 새롭게 내걸지에 더 예민한 상황이다.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오스틴 지역에서 27년 간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당초 파운드리 신공장을 내년 가동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업황 악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 내 신공장 가동 자체가 삼성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여기에 최근 트럼프 정부의 행보로 볼 때 삼성에 파운드리 외에 메모리 관련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감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어 파운드리 생산시설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까지 미국 내에 유치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더 큰 문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추가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점보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TSMC,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외국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기술까지 관리하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반도체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다 단순히 자국 내 반도체 투자 유치를 넘어서 핵심 기술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한 관계자는 "당장은 주요한 타깃이 대만 TSMC지만 결국은 한국 메모리로도 도를 넘는 요구에 나설 수 있다"면서 "AI반도체 필수인 HBM도 사정권"이라고 말했다.반도체 생산시설 증설 등 단순 추가 투자 개념을 넘어서 TSMC에 인텔 인수를 권한 것처럼 현지 반도체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기술 이전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앞서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률이나 재무 현황 같은 핵심 정보 공유를 시작으로 주요 장비 입고, 교체 수율 등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들도 공식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