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아빠의 안타까운 사연 이면에는인센티브 50만원 남짓… 다음 손님 주머니로점점 박해지는 인센티브 … 출혈 경쟁 가열BMW-벤츠, 수입차 1위 경쟁에 딜러들만 '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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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BMW 코리아 공식 딜러사 영업직원 이 모(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판매실적 압박이 주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직원의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부진과 고금리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수입차 판매시장에서 영업직원(딜러)들의 부담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딜러들이 자신의 인센티브까지 더해가면서 고객에 할인을 제공해야 하는 극한의 환경을 만든 수입차 브랜드들의 지나친 판매 경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고양시 소재 BMW 신차사업부에서 일하던 영업직원 이 모(39, 남)씨는 지난 12일 사무실 인근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지난 2019년부터 해당 지점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사망 직전 차량 판매에 대한 심한 실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따르면 그는 차를 판매하기 위해 딜러 사이의 할인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할인율을 맞추기 위해 부채가 쌓였다고 호소했다. 

    또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폭언과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 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다. 자동차 영업직원들이 신차 판매 시 받는 인센티브를 차량 할인에 사용하는 이른바 '선수당 할인'이 일부 딜러사 사이에서 만연하게 이뤄지면서 영업직원 개개인의 부담이 과도해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딜러들은 브랜드와 판매 회사마다 각자 다른 임금 체계와 계약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본급과 함께 판매한 자동차 값의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 ▲정규직으로 채용해 인센티브 없이 월급을 받는 방식 ▲기본급 없이 오로지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 등이다.

    이 중 기본급여에 판매 대수당 수당(인센티브)를 더해서 받는 방식이 가장 통상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 씨가 근무했던 A 딜러사의 급여 체계를 살펴보면, A사는 딜러에게 최저시급에 가까운 기본급과 함께 차를 판매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센티브는 차종마다 다르다. 딜러의 직급과 관계없이 판매당 ▲3시리즈 30만 원 ▲5시리즈 50만 원 ▲7시리즈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세금을 떼면 실제로 딜러가 수령하는 인센티브 액수는 더 줄어든다.

    이는 3시리즈 차 한 대를 6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약 0.5%를 인센티브로 받는 셈이다. 더 높은 가격의 차를 판매할 경우 해당 인센티브는 0.1~0.2%포인트가량 늘어날 수 있다.

    이 씨가 근무한 BMW의 경우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인센티브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A사에서 근무하는 한 딜러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라며 "타사의 경우 차량을 서너 대 이상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더 많이 책정해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A사는 판매 대수에 따른 인센티브 상승 같은 게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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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내 돈 넣어서 차값 깎아줘 … 선수당 할인의 반복

    문제는 다른 경쟁사나 딜러들과의 지나친 할인 경쟁으로 인해 딜러가 본인의 돈을 직접 내야 하는 선수당 할인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수당 할인은 다른 경쟁사나 딜러사끼리 할인율을 높이는 경쟁이 붙었을 때, 고객에 유리한 판매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브랜드 공식 할인과 딜러사 할인 외에 영업직원들이 자신의 인센티브 일부까지 더해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신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대다수 수입차 판매 딜러사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할인율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딜러는 "예컨대 우리 지점에서 500만 원을 할인해 준다고 했는데 다른 지점에서 700만 원을 할인해 준다고 했을 때, 우리 지점에서 100만 원을, 딜러가 본인 돈 100만 원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차를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울며 겨자 먹기 방식으로 차를 판매할 경우 오히려 개인적으로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회사에서 어떠한 강요나 압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나친 할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간 실적 마감하는 연말은 고난의 행군

    통상 수입차 시장에서 구매는 연말연시에 하라는 조언이 있다. 이 씨의 사례와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연말 실적 마감을 앞둔 딜러사들은 더욱더 실적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딜러사들은 이듬해 물량 확보나 제조사와의 인센티브 협의를 위해서 판매 실적을 높여 잡는다. 이렇게 임의로 올린 실적은 고스란히 딜러들에게 전가돼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 연초에 500만원 안팎에 형성됐던 할인액이 연말이면 1000만원 가까이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밀어내기 시즌에는 웬만큼 경력이 쌓인 딜러들도 적금 넣는다는 마음으로 자기 돈을 밀어넣기도 한다"면서 "실적이 부진한 딜러들에게는 생계를 위협당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 수입차 브랜드들의 판매 1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선두를 지켰으나, BMW코리아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수입차 1위 자리를 굳히는 등 매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차를 판매해야만 하는 딜러들의 고충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브랜드들의 지나친 판매 출혈경쟁으로 인한 딜러 개개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선수당 할인 적용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