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32일째 '사자'…코스피서 3조원 넘게 사들여반도체 대장 삼성전자 7454억원 순매수…낙폭과대 2차전지 대형주도연기금이 국내 증시 상승 주도 중…"외국인 투자자 매수세 회복 필요"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증시에서 '투자 큰손'인 연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이 역대급 순매수 행진으로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매수세는 반도체 대형주와 바이오, 2차전지 종목들에 집중됐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32일째 '사자'를 기록했다. 이는 14년 만에 최장 순매수 기록이다. 

    앞서 연기금은 2011년 11월 10일부터 12월 23일까지 32일간 최장 기간 코스피 순매수를 이어간 바 있다. 

    연기금이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이어갈 경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최근 32거래일간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3조598억원에 달한다. 2011년 당시 연기금의 순매수액은 2조2023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많은 수치다.

    연기금의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는 상승랠리를 지속 중이다. 이 기간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는 2404.77에서 2626.81로 9.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2460억원, 개인투자자는 7526억원 팔아치우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는데,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이 1조6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기금이 코스피의 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최근 32거래일 간 연기금은 국내 반도체 종목에 주목했다. 

    순매수 상위 1위는 단연 삼성전자로, 74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30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액의 3분의 1 넘는 규모가 반도체 대형주에 쏠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2조1016억원)는 사들이고 삼성전자(-1조8964억원)를 팔아치운 것과 달리 연기금은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의 2배 넘게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데다,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회장의 10년간 사법 리스크 종료는 향후 적극적 경영참여를 의미해 현재 보유한 순현금 93조3000억원을 대형 M&A 빅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삼성전자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BR) 0.85배로 모든 악재를 선반영하고 있어 하락 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향후 상승 여력은 높아질 것으로 현 시점은 업사이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기금은 국내외 불안한 정국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제약·바이오 종목들도 대거 담았다. 

    연기금 순매수 3위와 8위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으로 각각 1947억원, 9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4조5473억원, 영업이익은 1조3201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23%, 19% 늘었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최초 연 매출 4조원을 넘었다.

    유한양행은 5년 연속 매출 경신을 기록하며 전통 제약사 중 처음으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11.2% 증가한 2조6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국산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미국과 유럽의 승인을 받으며 라이선스 수익이 증가된 영향이다.

    트럼프 피해주로 꼽히며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던 2차전지 종목들도 연기금은 적극 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1498억원), 에코프로비엠(249억원), SK이노베이션(1034억원) 등 순매수 상위 10위권 내 2차전지 대형주만 3종목에 이른다.

    반면 순매도 1위는 현대차로, 이 기간 연기금은 현대차를 90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관세,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 리스크가 불거진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HD현대미포(-824억원), LG전자(-518억원), CJ제일제당(-437억원), 키움증권(-344억원), 한국전력(-303억원), 한화엔진(-290억원), 엔씨소프트(-276억원), LG(-261억원) 등도 팔아치웠다.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는 이유는 올해 국내 증시 반등 기대감과 함께 국민연금이 지난해 포트폴리오 괴리율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기금운용위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은 35.9%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증시가 바닥을 치면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11.9%까지 낮췄다.

    11월 말 국민연금의 운용액이 1185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국내 주식을 35조5000억원가량 사들여야 목표치에 부합한다.

    다만 연기금이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곤 있지만 증시의 탄탄한 상승세를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도 관건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라며 "연기금 순매수가 꾸준히 연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외국인 매수 시 강한 반등이 전개되는데 반해 매도 시 단기 조정에 그치는 패턴이 반복되며 코스피 분위기 반전을 주도하고 있다. 달러 하향 안정, 원화 상대적 강세 압력 확대 시 외국인 순매수가 가세하며 코스피 반등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