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후판에 최대 38% 반덤핑 관세 부과해 넘긴 하반기 후판가 협상도 급물살협상 주도권 조선사→철강사 '상황 역전'철강사 "후판 가격 이제는 정상화해야"조선사 "수익성 악화 우려 … 최소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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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제철소 고로. ⓒ포스코
철강과 조선업계의 후판가 협상 테이블에서 철강업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정부의 중국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국산 후판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다. 여기에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연일 상승세로, 철강업계의 후판가 인상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협상은 연말 막판 극적 타결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엔 양측 입장이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갈리며 결국 해를 넘겼다. 이에 올 상반기 후판가 협상 또한 지연되고 있다.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께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이상을 차지해 조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철강사도 매년 생산하는 후판의 절반 이상을 조선용으로 판매, 가격에 따른 매출 변화가 상당하다. 어느 한쪽도 후판 가격 협상에서 물러서기 힘든 구조다.한동안 후판 가격 협상의 주도권은 조선사가 쥐고 있었다. 중국산 후판이 국내산(톤당 90만~100만원)보다 약 20만원 이상 저렴한 70만원대에 유입되며 국산 후판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한 탓이다. 2023년 하반기 이후 철광석 가격이 약세를 지속한 점도 후판가 가격 인하 근거가 됐다.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산 후판의 품질이 국내산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산 후판을 써달라는 선주들의 주문이 많았다”며 “중국산 후판 품질이 개선되면서 30% 가량 비싼 가격에 국산 후판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전했다.후판가 협상에서 조선사가 주도권을 쥐며 2023년 상반기 톤당 100만원 가량에 결정됐던 후판 가격은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조정됐고, 지난해 상반기엔 90만원 초반에 타결됐다. 이후에도 조선사는 하반기 후판 가격이 적어도 80만원대로 내려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철강업계는 중국산 공세에 따른 실적 부진 장기화를 이유로 조선사에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요구하며 대치해왔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인 점도 후판 협상의 지연 이유가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최근 정부는 반덤핑 조사 결과, 중국산 저가 후판 물량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가 실질적 피헤를 입었다고 판단해 중국산 저가 후판에 잠정 덤핑방지관세 27.91~38.02% 부과를 결정했다. 정부가 수입 후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를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국산 후판에 대한 정부의 관세 철퇴로 평행선을 달려온 철강사와 조선사의 후판가 협상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철강업계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후판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동결을 주장 중으로 양측의 이해득실을 고려해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올 들어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세인 점도 후판 가격 상승 근거를 떠받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1톤당 철광석 가격은 107.02톤으로 전월 대비 5.3% 올랐다. 철광석 가격은 올 1월 초 톤당 97달러 수준에서 지속 올라 이달 20일 11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서 수차례 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내린 사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피해는 철강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며 “지난해 실적도 반토막 났다. 이제라도 반덤핑 관세 조치를 고려해 하반기 후판 가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계속된 시기 후판 가격이 톤당 120만원까지 치솟으며 조선사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이제 겨우 업황이 되살아나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 상승은 원가 부담을 키워 수익성 부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소 동결에서 타협안을 찾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