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사의 3분기 후판가 협상 '팽팽'정부, 中 후판 반덤핑방지관세 확정 예고철강업계 가격 경쟁력 회복 … 협상 우위
  • ▲ 현대제철의 후판 제품. ⓒ현대제철
    ▲ 현대제철의 후판 제품. ⓒ현대제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3분기 후판가 협상이 장기화 중인 가운데 철강업계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가 올 들어 중국산 후판에 부과 중인 잠정덤핑방지관세가 조만간 확정될 예정으로,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 회복과 함께 철강사들의 협상력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들어 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제품에 30% 이상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부과 중인 관세는 ‘잠정’ 조치이나, 오는 23일 관세 부과 기한이 끝나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연내엔 최종 관세가 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수출기업별로 27.91~38.02%의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부과된 잠정관세는 이달 23일까지로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일 ‘향후 5년간 34.1%’의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제정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 이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은 두께가 4.7㎜인 제품으로, 국내 철강업계에서 흔히 중판으로 불리는 3.0㎜~6㎜ 제품과 6㎜ 이상인 후판이 포함됐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께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이상을 차지해 조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철강사도 매년 생산하는 후판의 절반 이상을 조선용으로 판매, 가격에 따른 매출 변화가 상당하다.

    정부는 중국산 저가 후판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 그동안 일반관세가 0으로 유지돼 온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특히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30% 이상의 고율 관세가 부과면서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제재로 평가됐다.

    실제 국내 후판 시장은 2022년부터 중국이 내수 부진에 따라 후판 재고를 한국에 밀어내기 수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2021년 44만6495톤이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해 138만1476톤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국내 후판 가격이 톤당 90만원 초반인데 비춰 중국산은 70만원 초반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국내 철강사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반덤핑 관세에 나서며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다소 회복, 조선업계와의 후판가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되찾게 됐다. 이달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82만원으로 지난해 78만원 대비 올랐고, 국내 후판 평균 유통가격도 톤당 91만7000원으로 지난해(90만8000원)보다 개선됐다.

    현재 조선업계와 3분기 후판가 협상을 진행 중인 철강업계는 협상력 우위 선점과 함께 미국의 50% 고율 관세에 따른 충격 등을 이유로 톤당 100만원 수준까지 후판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 톤당 70만원선이던 후판가를 상반기 80만원선까지 올린 상황에서 더 이상의 상향조정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에도 국내 ‘보세구역’ 제도 허점을 파고들어 유입 중인 중국산 후판이 상당한 점에 비춰 후판가 협상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세구역은 관세 부과가 유보되는 특별지역으로,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해외로 재수출하는 경우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반 후판에 녹 방지 페인트를 칠해 ‘컬러 후판’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키는 사례는 빈번하다”면서 “보세구역을 통해 들여오면 톤당 5만원 정도 이득을 보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편법을 쓰려고 한다. 업계에서는 우회덤핑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