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적자 '악화일로' … 신용등급 재차 강등위기 중국산 후판 반담핑 관세에 석유화학 불똥 튈 우려정부, '사업재편 자율 원칙' 고수해 효과 제한적 지역경제 악영향에 상반기 후속대책에 지자체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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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여수석유화학단지 전경. ⓒ뉴시스
석유화학산업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하는 지역경제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잠정 결정하면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이 보복관세 타킷이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중국발 공급과잉·중동 산유국 가세에 '직격탄'석유화학산업이 중국발 저가 제품 공급과잉 등으로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산유국까지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COTC) 공을 통한 저비용·고효율 전략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석유화학업계는 불황 장기전에 대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춰 세우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재무부담을 더는데는 역부족이다.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의 가동 중단과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순도테레프탈산(PTA)를 생산하는 파키스탄 자회사(LCPL)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화학은 재무 개선을 위해 알짜 특수가스(NF3)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매각했다.지난해 실적도 악화일로다. 수천억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948억원의 영업손실로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LG화학도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0억원 적자를 냈고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지난해 1213억원 적자를 면치 못했다. 효성화학도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1117억원을 기록했다.업황 부진 속 신용도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주요 석유화학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 분석 보고서를 내고 신용등급 추가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보복관세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 잠정 관세를 부과하면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보복관세를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의존도는 낮은 반면 국내 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약 40%에 달하고 있어서다. -
- ▲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연합뉴스
◇ 울산·여수·대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촉구이런 가운데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사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통해 정책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사업재편은 구조조정이 아닌 '자율 원칙'을 고수해 가시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한국신용평가는 "정부 주도가 아닌 업체 간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조속히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실제 불황 장기화에 따른 매각가 협상 난항, 업체들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설비 공정 등으로 인해 핵심 화학설비 매각과 같은 큰 폭의 구조조정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 구조조정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충분히 적자폭을 축소시키고 자금을 확보하는지 여부가 각 업체의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당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사업재편 방향 도출을 위한 산업계 자율 컨설팅 결과와 금융, 경쟁법, 통상 등 업계가 제기한 추가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후속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특히 올해 상반기 중 지역경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울산, 전남 여수, 충남 대산 등이 거론된다.최근 이들 지자체들은 앞다퉈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융·재정 지원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지원, 수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어서다.울산시는 최근 행정안전부 '제2차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석유화학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조기 지정을 건의했다. 또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선 통화를 통해 내달 4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신청 계획을 밝히고 1개월 이내 지정을 요청했다. 충남도회의도 최근 본회의를 열고 '대산 석유화학단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국가 차원의 실질적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 산업위기대응 제도의 지정기준 등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고시안이 현재 행정예고 중으로 내달 4일 시행되면 이후 신청을 받아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개정안은 지역의 실질적인 주력산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요건을 현실화하고 지역 산업의 위기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전국 생산지수'를 지역특화 지표로 대체했다. 또 선제대응 지역의 경우 피보험자 수 감소, 사업자 수 감소, 생산실적 감소 중 1개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아울러 피보험자, 사업장 수의 최근 6개월 평균치 대신 1개월 수치로 평가하도록 했다. 지역 산업·경제 여건 악화 요건 지표와 동태적 변화를 고려하기 위해 '전년 동기' 뿐 아니라 '전전년 동기'까지 3개년 추이를 보도록 했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산업 불황이 장기화로 그룹 계열사 간, 기업과 기업 간 합작이나 인수합병(M&A)이 요구되고 있어 정부도 기업의 M&A 등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기술경쟁력 있는 분야와 고부가가치에 집중하는 동시에 M&A를 통한 통폐합으로 과잉된 물량을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단지들이 밀집한 지역들은 지역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서둘러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