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보다 K-뷰티·패션, 외국인 관광객 쇼핑 성향 달라져올·다·무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 통해 핫플레이스로 입소문 외국인 관광객 "저렴한 가격·다양한 상품 쇼핑 매력"
  • ▲ 지난 26일 오후 6시경 방문한 서울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쇼핑에 열중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이미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6시경 방문한 서울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쇼핑에 열중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이미현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중심의 면세점과 백화점이 외국인 쇼핑의 주요한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와 같은 로드숍(길거리 직영점)들이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한류 콘텐츠의 영향이 결합되면서 쇼핑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뉴데일리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K-뷰티 제품들은 효과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이 어려울 정도예요. 예전에 한국의 10단계 피부관리법을 소개한 기사를 봤을 때는 '이게 과연 필요할까?' 했는데, 이제 따라하고 있어요!"

    지난 26일 오후 6시경 찾은 서울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엠마(27)씨는 바구니에 담은 스킨, 메이크업 립, 마스크, 로션 등의 뷰티 제품을 자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외국인들로 북적이며 쇼핑 열기가 가득했다. 특히 마스크 코너는 사람이 몰려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이 같은 풍경이 K-뷰티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매장 직원들도 영어로 소통하며 능숙하게 제품을 찾아주고,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올리브영은 한국 필수 관광코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89개 국적의 외국인이 올리브영 매장을 찾았다. 이들의 결제 건수는 무려 942만 건에 달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UN 정회원국 수가 193개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 관광이 여의치 않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국내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리(25)씨는 "한국인 유리피부(glass skin)가 부럽다"며 "디자인도 예쁘고, 부담 없는 가격이라 K-뷰티 쇼핑이 즐겁다"고 말했다.
  • ▲ 같은 날 방문한 다이소 매장은 외국인 쇼핑객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은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미현 기자
    ▲ 같은 날 방문한 다이소 매장은 외국인 쇼핑객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은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미현 기자
    관광객 필수 쇼핑지인 근처 다이소에도 외국인들로 꽉 차 있었다. 이곳엔 내국인은 다이소 유니폼을 입은 직원뿐인 듯했다. 올리브영에서 먼저 쇼핑했는지 연두색 올리브영 쇼핑백을 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명동 등 관광 상권은 외국인들의 비중이 절반 이상,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계산 대기줄은 카운터에서 시작해 매장 끝까지 길게 이어졌다.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어떤 물건을 살까 하는 생각에 바구니를 살펴보니, 아기자기한 소품, 인형, 그릇, 텀블러, 뷰티제품, 과자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놀라는 듯했다.

    이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이곳을 알고 왔다고 했다. 한나(23)씨는 "종류도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출구까지 나가는 길도 험난했다. 북적이는 외국인 사이사이를 통과하며 나갈 수 있었다.
  • ▲ K-패션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쇼핑을 마친 외국인들이 매장을 나서고 있다.ⓒ서성진 기자
    ▲ K-패션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쇼핑을 마친 외국인들이 매장을 나서고 있다.ⓒ서성진 기자
    명동 거리에서 벗어나 을지로입구역과 가까운 K-패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도 이어 방문했다. 앞서 둘러본 올리브영과 다이소처럼 외국인들이 꽉 차 있진 않았지만, 매장에 있던 쇼핑객들 대부분은 캐리어를 끈 외국인이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에 총 136개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200억원을 기록했다.

  • ▲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다.ⓒ이미현 기자
    ▲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다.ⓒ이미현 기자
    외국인 쇼핑 명소 올·다·무를 둘러본 후, 길 건너편에 위치한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향했다. 이곳 면세점 역시 외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지만, 올리브영과 다이소 매장을 가득 채운 쇼핑 열기와 비교하면 조용한 분위기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오늘 외국인들이 많이 온 것"이라며 "이곳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텅 빈 적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지도는 변하고 있다. 면세점이 한때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였다면, 이제는 실용적이면서도 트렌디한 K-브랜드를 찾는 개별 여행객들이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로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고가 명품'에서 '가성비 좋은 K-브랜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가 변한 만큼, 새로운 맞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