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日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저가 후판 이어 불공정 무역 대응 속도도금·컬러강판도 조만간 반덤핑 사정권보복관세, 수출 환경 악화 부작용 우려"외교적 협상으로 덤핑 자제토록 해야"
  • ▲ ⓒ세아
    ▲ ⓒ세아
    철강업계 전반에 외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덤핑 관세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반덤핑 관세가 무역 상대국의 보복관세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전날 중국·일본산 탄소·합금강 열간압연 제품 대한 덤핑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유무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산자부 무역위원회에 관련 조사를 신청한 데 대한 조치로,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이르면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자신들이 후공정 업체에 넘기는 열연강판의 가격은 톤당 80만원대 수준인데, 중국·일본의 열연강판 가격이 이보다 저렴한 70만원 수준에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에 반덤핑을 제소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로 가격을 정상화해 국내 철강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중국산 저가 후판을 시작으로 불공정 무역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관세전쟁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저가 외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해 27.9~38%의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을 내렸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송유관·중장비 등에 쓰인다. 국내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초반대인데, 중국산이 20% 이상 낮은 가격에 유통되며 국내 철강사의 피해가 불가피했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덤핑방지관세를 매긴 것은 처음인 데다 업계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조치로 철강업계 안팎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열연강판 관세 부과에 대해선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제강사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후판과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제강사는 열연강판을 활용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을 만든다.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가 붙으면 재료비 부담이 높아져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반덤핑 관세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판, 열연강판에 이어 도금·컬러강판도 반덤핑 관세 부과 사정권에 들었다. 동국씨엠·세아씨엠·KG스틸 등은 이르면 3월 말 늦어도 6월까지는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할 계획이다. 열연강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중국 업체들이 열연강판에 코팅·도금 등 최소 후가공을 거쳐 도금·컬러강판류로 우회 수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반덤핑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과 별개로 상대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한·중 무역 갈등 심화 가능성은 문제로 지목된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 철강 제품에 반덤핑 조치를 부과하자 보복관세로 맞선 바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조사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보복 규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반덤핑 관세와 보복관세에 따른 부작용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 시 수입 철강재 가격 상승→조선·자동차·건설의 생산비용 상승→소비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고, 보복관세 부과 시 우리 기업의 수출 둔화와 무역 갈등 심화, 국가 신뢰도 하락,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시작됐고, 이에 자유무역에 대한 개념도 많이 약화했다”며 “무조건 반덤핑 관세를 물리면 수출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각국과 협상과 합의를 통한 외교적 방법으로 덤핑 행위를 자제하도록 하는 해결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