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세수진도율 연평균 밑돌아 … 세수확충 필수적조기대선 의식 … 재원 마련책 불확실한 공약 남발추경 합의 지지부진 … "시급한 경기 부양책은 뒷전"
  • ▲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장 주재 회동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장 주재 회동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배우자 상속세 폐지', '소득세 완화' 등 세제 개편안이 탄력을 받으면서 감세 경쟁이 불붙고 있다. 낡은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또 필요한 상황이지만, 3년 연속 '세수 펑크' 위기가 커지는 시점에 나라 곳간을 정치적 도구로 일삼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직장인들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소득세 과세표준을 물가와 연동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물가상승률이 소득 상승분보다 더 높으면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소득세를 산정할 때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6일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조세금융포럼에서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금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상향하고,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나 세율 등을 물가에 연동해 자동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이재명 대표는 연일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상속세 개편마저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화이트칼라와 중산층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소득세와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조세체계를 합리화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현행 근소세는 월급, 상여금, 수당 등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8단계의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근로 소득의 6~45%를 원천징수하는데 여기서 총급여액이 1억원을 초과한 인원은 △2019년 85만2000명(4.4%) △2020년 91만6000명(4.7%) △2021년 112만3000명(5.6%) 등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억대 연봉자는 80만2000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4.3%에 그쳤는데, 2022년에는 131만7000명으로 전체 인원의 6.4%를 점유하며 4년 만에 51만5000명이나 늘어나 근소세 납부 부담을 겪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상속세 납부 부담도 해가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2005년 0.8%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6.82%를 기록하며 20년 사이에 8배 넘게 증가했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제자리에 머무는 상속세 세율과 과표가 있다. 과세표준이 1억원 초과 20%, 5억원 초과 30%, 10억원 초과 40%, 30억원 초과 50%라는 상속세율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 ▲ 2024년 국세수입 현황 ⓒ연합뉴스
    ▲ 2024년 국세수입 현황 ⓒ연합뉴스
    여당에서도 이에 발맞춰 상속세 완화 등 감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자녀 공제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안도 병행한다. 더 나아가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와 가업 상속 공제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배우자 간 상속은 '세대 간 부 이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이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가업상속 공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 조기대선을 의식해 마땅한 대책 없이 감세정책을 급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1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000억원) 늘어난 46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국세 진도율은 12.2%에 머물렀다. 이는 30조원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작년(13.6%)보다 낮으며 최근 5년 평균(12.6%)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으로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예상케 한다.

    여기에 경기 반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합의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돈 풀기 경쟁에 나서며 나라 곳간을 정치적 도구로 일삼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무리 긍정적인 정책이라도 시점과 상황에 따라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으며, 정책 시급성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 개편 등 조세체계를 합리화하는 방안은 경제 활동 왜곡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당장 추경 조율이 시급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 없이 감세만을 외치는 것은 당리당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정을 무시하고 조세개혁을 추진할 경우 피해는 온전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새로운 투자나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재원을 적절히 마련한 상태에서 선택적이고 집중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의 최근 연이은 우클릭 행보가 조기 대선을 의식해서 나온 휘발성 발언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이 대표의 경제 정책과 관련한 발언들은 연결돼서 움직인다기보다는 단발성인 느낌이 강해 국민들이 헷갈릴 수 있다"며 "기본 사회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클릭 행보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느끼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