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곳 중 115곳 추진위 단계 … 54곳은 정비구역 지정만평당 공사비 1500만원 육박 … 재건축·재개발 수익성 급감반대 여론 확산에 공회전 … 이주비 제한·재초환 '산 넘어 산'
  • ▲ 제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제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주택 공급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곳 가운데 1곳은 추진위원회(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조합원 추가부담금 상승과 사업 수익성 저하, 주민 반대 여론 확대 등으로 조합 설립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주비 대출 제한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도심 주택 공급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9일 본지가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72곳 중 115곳(24.4%)이 아직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5곳 중 54곳은 정비구역 지정만 된 상태였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 설립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곳도 있었지만 반대로 10년 넘게 사업이 정체된 사업장도 적잖았다.

    사업지별로 보면 925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광진구 자양5재정비촉진구역은 2018년 1월에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7년여만인 지난해 12월에야 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297가구 규모인 영등포구 양평14구역은 2013년 11월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5년 후인 2018년에야 추진위가 설립됐다. 아직 조합 설립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업성 좋은 입지라고 해서 재건축·재개발에 무조건 속도가 붙는 것도 아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성아파트는 2009년 이후 17년째 재건축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여의도 일대 재건축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해당 사업지도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도시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배경으로는 자재값·공사비 폭등에 따른 사업성 저하가 꼽힌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예상 추가분담금이 큰 폭으로 늘었고 그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 반대 여론이 커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 일대에서는 3.3㎡(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대를 돌파했고 이제는 평당 1500만원을 향해 치솟고 있다.

    일례로 최근 여의도 목화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공개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문을 보면 예정 공사비는 평당 1370만원으로 제시됐다.

    공사비가 오르면 추가분담금이 늘고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적어져 사업 실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강남 같은 일부 최상급지를 제외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수익을 얻기는 이제 쉽지 않다"며 "추가분담금 상승은 주민들, 특히 고령층 주민들이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 반대여론이 커지면 조합 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 70%를 채우기 어렵다"며 "설사 조합을 설립하더라도 추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이 난립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업이 더 지연돼 추가분담금도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 ▲ 서울의 한 재개발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재개발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공사비 상승과 그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전월 대비 0.49%, 전년 동월 대비 2.52%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간 상승세를 기록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당 지표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 직접 공사비용과 현장관리비, 안전관리비 등 간접 공사비용 등을 포함해 산정된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인건비 상승,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등을 감안하면 공사비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정비업계 관측이다.

    이주비 대출 제한, 재초환 등 정부 규제도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에 따라 규제지역인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은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돼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막는 마지막 '대못'으로 꼽힌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때 최대 50%를 환수하는 것으로 조합원당 최대 수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국 82개 재건축 조합으로 구성된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소속 300여명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즉각적인 재초환법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건축연대 관계자는 "자재값이나 공사비는 시장 외부요인 영향을 받아 인위적인 조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규제는 정책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조합과 건설사들 손발을 다 묶어놓고 도심 공급을 어떻게 늘리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