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불임·피임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 제공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벤스드 리서치'에 게재
  • ▲ 박유진 연구교수(왼쪽)와 방명걸 교수.ⓒ중앙대
    ▲ 박유진 연구교수(왼쪽)와 방명걸 교수.ⓒ중앙대
    중앙대학교는 동물생명공학과 방명걸 교수 연구팀이 정자의 구조적 특성상 단백질 합성이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지식을 깨고 실시간으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자의 단백질 합성 변화는 수태 능력 등 인체의 중요한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로 남성 불임의 진단과 원인 규명은 물론 피임제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불임과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측면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불임의 원인 규명이나 피임제 개발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임신 결과의 절반은 남성에게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남성 불임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정자는 부계 유전정보(DNA)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소 내에서 형성되는 동안 이동에 불필요한 세포 소기관을 제거하고, 핵과 미토콘드리아만을 남겨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DNA는 프로타민에 의해 고도로 응축돼 있어 전사(단일 가닥 DNA를 주형으로 삼아 특정 부분을 RNA로 합성하는 과정)가 불가능하며, 리보솜 등의 세포 소기관 부재로 인해 단백질 번역(mRNA가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 방명걸 교수 연구팀 연구 관련 이미지.ⓒ중앙대
    ▲ 방명걸 교수 연구팀 연구 관련 이미지.ⓒ중앙대
    연구진은 메티오닌의 대체물질인 Click-iT L-homopropargylglycine(HPG)을 활용한 FUNCAT(형광 비정규 아미노산 태그) 시스템을 적용해 정자의 수정능획득(정자가 난자 내로 진입하기 위한 생리적 기능적 변화) 과정 중 실시간으로 합성되는 단백질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수정능획득 과정의 시간 경과에 따른 단백질 변화를 단백질체학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초기 단계에서 정자의 첨체 형성과 관련된 단백질들이 정자의 수정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나아가 FUNCAT 시스템에 근접 결찰 분석 기법을 접목해 수정능획득에 따른 첨체 관련 단백질의 변화 양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수정능획득 과정에서 첨체 관련 단백질의 활발한 합성이 수정능력 유지에 필수적이었으며, 단백질 합성이 초기 단계에서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정상적인 첨체 반응으로 인해 수정 실패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정자의 번역 능력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고, 수정능획득 과정에서의 단백질 합성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방 교수는 "수정능획득 과정 동안 실시간으로 변하는 단백질들의 발현이 전사체의 번역에 의해 나타나며 이 변화가 정자의 수정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향후 여성 생식기관 내에서 정자가 수정에 참여하기까지의 여정에서 어떻게 상호 경쟁하고 선택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진화적으로 자손의 수정능력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가 정자의 수정능력 등 기능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기전의 피임제 개발을 위한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사업 및 세종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시행됐다. 방 교수가 교신저자, 중앙대 생명환경연구원 박유진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각각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벤스드 리서치'에 온라인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빛사(한국을 빛낸 사람)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 ▲ 중앙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박상규 총장.ⓒ중앙대
    ▲ 중앙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박상규 총장.ⓒ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