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OPMC 런천심포지엄서 발표GV1001 0.56mg 투약군, 위약군 대비 질병 진행 116% 개선치료 반응률은 GV1001 투약군 63.64% … 위약군 25%후속 임상시험 위한 데이터 확보 … 심각한 부작용 無
  • ▲ 지난 1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지영 서울의대 교수(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 지난 1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지영 서울의대 교수(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조희연 기자
    치료제가 없는 진행성핵상마비(이하 PSP) 환자를 위한 희소식이 나왔다. PSP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연구진이 향후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 1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지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과)는 "국내에서 진행된 PSP 2a상 임상시험의 2차 평가 지표 및 하위그룹 심층 평가 분석을 통해 GV1001 0.56mg을 투여받은 PSP-RS 유형 환자에서 질병 조절 효과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지영 교수는 "신경퇴행성질환은 굉장히 복잡한 병리와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명확한 원인도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적 없는 PSP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초기 임상시험이어서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단계이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해당 데이터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학회(AOPMC) 런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GV1001 0.56mg 투약군, 투약 기간동안 유의한 진행 보이지 않아
  • ▲ ⓒ이지영 서울의대 교수가 공개한 논문 자료
    ▲ ⓒ이지영 서울의대 교수가 공개한 논문 자료
    이번 분석은 후속 3상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설계를 위해 좀 더 다양한 다각적·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PSP는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으로 파킨슨 형태 중 가장 심각한 질환이다. 이지영 교수는 "파킨슨 병이 15~20년을 가는 병이라면 PSP는 5~10년 가는 병으로 파킨슨병 보다 3배정도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GV1001 0.56mg 투약군에서 임상 중 추가로 발현된 다른 운동신경원질환을 가진 환자 한 명을 주 유효성 평가 변수인 PSP 등급 척도 아웃컴 지표로는 신경학적 상태가 평가 불가해 그룹 비교 분석에서는 제외하고 안전성 분석에는 포함했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PSP-RS 유형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post-ad-hoc(사후분석) 민감도 분석에서 GV1001 0.56mg 투약군의 질병 진행이 위약군 대비 116% 개선됐다. PSP 등급 척도 점수 변화량으로 보면 GV1001 0.56mg 투약군은 0.82점 감소된 반면 위약군은 5.19점 증가해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GV1001 0.56mg 투약군에서는 6개월 투약 후 유의미한 질병 진행이 없었던 반면 위약군에서는 유의미한 질병 진행이 관찰됐다. 이는 GV1001 0.56mg 투약군에서 운동장애가 더 진행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전체 PSP 환자 중 다수를 차지하고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르며 평균 생존 기간이 짧은 PSP-RS 유형 환자에서 GV1001 투약 6개월 동안 증상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호전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임상시험 최초 투여 직전 측정한 PSP 등급 척도 점수 대비 6개월 치료 후의 점수가 개선되거나 유지된 환자의 비율로 산출된 치료 반응률을 평가한 결과 GV1001 0.56mg을 투여한 PSP-RS 유형 환자군에서는 64.64%, 위약군에서는 25%로 나타났다. GV1001를 투여한 환자군의 치료 반응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번 논문에는 PSP 등급 척도 점수 변화량 및 반응률 외에도 연수운동과 안구운동 등의 subdomain을 포함한 13개 이차 평가 지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내용도 포함됐다. 논문에 따르면 GV1001 0.56mg 투약군은 연수운동과 안구운동 등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11개 항목에서 위약군 대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작은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임에도 post-ad-hoc(사후분석) 하위그룹 분석에서 주 유효성 평가 변수에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 이지영 교수는 후속 임상시험 디자인을 할 때 더 성공적인 약물 개발을 위한 보다 명확한 데이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PSP는 진행 속도가 빠른데 비해 환자가 드물다보니 사회적인 영향력이 적은 편에 속한다. 이에 연구나 투자를 집행하는 제약사가 많지않다.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이 유일하게 PSP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신정환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는 "PSP 환자는 10만명당 5~10명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PSP 환자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진단보다는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약물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이 교수는 약물의 안전성에 대해 주목했다. 논문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부작용 사례 통계 분석 내용을 담았다. 

    이 교수는 "신경퇴행성질환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앞서 진행된 GV1001의 다른 임상시험들에서 안전성 데이터가 많이 수집돼 있지만 이번 임상시험은 PSP 환자에서는 최초였기 때문에 다양한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또 연장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데이터는 계속 수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PSP 임상시험을 통해 신체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신경퇴행성질환 환자들에서 GV1001의 약물 안전성에 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이번 임상시험 의미는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세계 여러 회사가 도전했으나 경향성조차 보여주기 어려웠던 PSP 임상시험에서 한국에서 주도한 첫 PSP 임상시험이 PSP-RS 유형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여주는 결과를 얻었다는데 대해 전세계의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면서 "이 결과는 학회 발표와 논문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는 후속 임상시험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OPMC는 운동장애 분야에서 권위있는 국제 학술단체인 MDS가 개최하는 학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