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회복 기대감 '찬물' … 수요 반등 미미400단 개발 중이지만 … 주력 제품은 176단삼성·SK, 신공정 속도 조절 … 모멘텀 아직
  • ▲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층 321단 1Tb TLC 4D 낸드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층 321단 1Tb TLC 4D 낸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시장이 소폭 가격 회복에 성공했지만 이어지는 수요 정체로 신공정 전환(테크 마이그레이션, Tech Migration)에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낸드시장에도 주력 제품은 176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은 낸드 가격이 지난달 상승 전환하며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낸드 가격 회복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 2분기가 메모리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봤다. 올 2분기 TLC(트리플 레벨셀)과 QLC(쿼드러플레벨셀) 등 최신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1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모리 제조사들은 아직은 가격 반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강도 높은 관세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이에 앞서 메모리 수요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움직인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낸드 가격이 상승 반등한 것은 맞지만 수요단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가격이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낸드 가격 상승이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에 힘 입은 결과라고 보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지난 10일 낸드시장 5~6위인 미국 샌디스크와 중국 YMTC가 다음달 1일자로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힌데 이어 3위 미국 마이크론도 평균 11% 가격 인상을 선언하면서 이미 가격 인상 분위기가 굳어진 상태다. 여기에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다음달부터는 낸드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앞서 낸드 제조사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량을 줄여 가격 안정화를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낸드 감산을 진행해 올해 1분기부터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10% 가량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낸드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단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가동률을 70%대로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낸드 가격 정상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이렇게 일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낸드 수요의 한계 때문에 제조사들은 전반적으로 출하량을 줄이는 동시에 테크 마이그레이션에도 속도를 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AI(인공지능) 수요로 낸드 분야에도 고용량 고스펙 제품 필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D램만큼 그 수요가 명확하지 않고 여전히 시장에선 176단 제품이 주력으로 판매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낸드 선두업체들은 300단대 개발에 성공한지 오래인데다 이미 400단 제품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업계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321단 1테라비트(Tb) TCL 4D 낸드를 양산했고 올 상반기부터 고객사들에 공급이 예정돼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도 300단에 가까운 낸드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430단 10세대 V낸드를 출시하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비슷한 시기 400단대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 선두업체 간 적층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제품이 어느 시점쯤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지가 미지수다. 공급 조절로 소폭 가격 회복에 성공한 낸드가 AI 수요를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D램만큼의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기술 개발 속도에 훨씬 뒤쳐지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