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고정거래가격도 하락세 DDR4 캐파 확장, 저가공세 CXMT 여파D램 3사, 가격경쟁 피하려 선단공정 전환 속도DDR5공급 증가 우려 … 韓 메모리 잠식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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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중국 메모리 기업의 DDR4 가격공세가 최신 D램인 DDR5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DDR4 시장을 잠식하고도 미국의 규제까지 피한 중국 때문에 DDR5로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던 D램 3사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월 범용 메모리인 DDR4 8기가비트(Gb) 가격은 전달 대비 20.59% 하락한 1.3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9월(1.3달러) 이후 1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반도체업계에선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DDR4 시장은 중국 텃밭이 됐다고 평한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가 생산능력(CAPA, 이하 캐파)을 빠르게 키우면서 이제는 업계 3위 마이크론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몸집을 키운 덕분이다.노무라증권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CXMT가 올 연말까지 웨이퍼 캐파를 마이크론의 54%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데 이어 내년에는 현재의 두배 가까운 수준으로 캐파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투톱도 지난 3분기 들어선 레거시(구형) 메모리 분야 실적에서 CXMT 충격 여파를 받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했음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며 실적이 악화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문제는 DDR4에서 중국이 가격공세를 펼치는 탓에 이들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D램 빅3가 선단공정인 DDR5로 전환에 나서면서 DDR5 가격도 하락 조짐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DDR4 대신 DDR5를 더 많이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게 오히려 공급 증가 우려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11월 PC용 DDR5 16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9달러로 전달인 지난 10월 4.05달러 대비 3.7% 하락했다. DDR4 가격하락이 두드러졌던 지난 7월 DDR5 가격이 4.65달러였음을 감안하면 현재 16.1% 가량 내린 것이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CXMT의 DDR4 생산 확대로 글로벌 3대 메모리 기업들이 공정 전환을 가속하며 DDR5 공급 증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게다가 이번에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안을 확정지으면서 내놓은 제재 명단에 CXMT가 빠져있다는 점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선 위기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미 반값 DDR4로 시장을 잠식한 CXMT가 추가적으로 다른 레거시 제품들을 섭렵할 가능성이 높아 업계에선 사실상 레거시 시장을 중국에 완전히 내주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미국의 규제 칼 끝을 피한 사이 중국이 DDR5 제품력을 조용히 키울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CXMT가 이미 중국 내수용으로 DDR5를 생산해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반도체업계에 퍼지고 있어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