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대 하락해 2400대 붕괴 … 코스닥도 약보합뉴욕증시 3대 지수도 역사적 폭등 하루 만에 약세 전환“美 고율 관세 장기화, 금융 불안정으로 확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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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급락세로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45%까지 올린 데 이어 중국 정부는 84%의 대미 보복관세를 발효하는 등 미-중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 50분 기준 전장(2445.06)보다 47.57포인트(-1.95%) 내린 2397.49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32포인트(-1.81%) 내린 2400.74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2400대가 무너졌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억1133만주, 1조9275억원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925억원, 기관이 70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홀로 238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의 경우 전장(681.79) 대비 2.41포인트(-0.35%) 하락한 679.38을 나타내고 있으며 거래량은 3억2094만주, 거래대금은 2조1005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92억원, 708억원어치를 내다 파는 중이고 개인은 245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0.8bp(1bp=0.01%포인트) 내린 2.426%에 거래 중인 반면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0.9bp, 2.4bp 오른 2.522%, 2.735%다. 장기물인 20년, 30년, 5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보합권(0.0bp·0.9bp·0.0bp)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4원 내린 145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66% 하락한 100.040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는 배경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앞서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관세 유예’ 조치로 역사적인 폭등장을 기록한 지 하루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10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4만608.45)보다 1014.79포인트(-2.50%) 하락한 3만9593.66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3.46%, 4.31% 급락했다.

    전날(9일)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중국을 제외하고 90일 동안 유예키로 하면서 일제히 폭등한 바 있다. 이에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9.52% 급등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상승 폭을 보였으며 나스닥 지수는 12.16% 올라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총관세율이 145%에 달한다는 점이 확인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날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만 125%고 지난 2, 3월 펜타닐 유입 방지를 명목으로 별도 부과한 20%까지 더하면 실제 관세율은 145%가 된다고 밝혔다.

    미 국채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관세 유예 조치 발표 이후 4.2%대까지 낮아졌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보다 9.5bp 오른 4.487%에 거래되고 있으며 3년물은 1.5bp(3.899%), 5년물은 4.9bp(4.086%)씩 상승 중이다. 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8.4bp, 9.8bp 상승한 4.975%, 4.946%를 가리키고 있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CPI 둔화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3.6bp 내린 3.833%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라 2월의 2.8%보다 낮아졌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2.5%를 밑도는 수준이며 2021년 2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그럼에도 미-중간 무역 갈등 심화가 야기할 물가 반등과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3월 CPI에는 아직 관세부과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한국시간으로 오늘 밤 발표될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브라이언 콜튼(Brian Coulton) 피치 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핵심 상품과 서비스 부문 전부에서 근원 CPI가 하락한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관세부과를 예상한 기업들이 지난 1~2월 막대한 양의 수입품을 들여왔기 때문에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충격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 둔화는 일시적·추세적인 수요 압력의 둔화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 하락 전환과 함께 식품 내에서는 외식보다 내식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고 필수재가 아닌 재화의 가격 오름세도 둔화됐다”면서 “다만, 문제는 관세부과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점차 공급 측 물가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으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현행대로라면 5~6월부터는 관세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CPI보단 관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나타낸 가운데, 증권가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금융 불안정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 유예 조치를 내린 만큼 향후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봤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장기화는 연방정부 부채 지속 가능성을 훼손시켜 지금과 같은 시장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정부 지출 구조조정 효과를 희석시키고 장기금리 안정 의지와도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며 “구조적 대규모 정부 적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외국인과 연준 수요 감소로 미국 장기 국채 시장의 불안정한 수급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관세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더욱 높여 금융 불안정으로 확산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으로 시장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협상 없는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아니란 것을 확인했다”며 “미-중 관세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나, 트럼프도 자산시장발 하드랜딩과 같은 극단적 사태는 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며 지수 하단을 타진해볼 시점”이라고 전망했다.